기타 < 요양보호사의 늪 > ② '폭언도 추행도 참아야 한다'···사명감이라는 가면 속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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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25 09:46 조회 581회 댓글 0건본문
- 입력 2023.09.21 09:00
대부분 중증 치매 환자 상대
공격 행동장애 매뉴얼도 없어
"참고 일할 뿐 별다른 대책 없다"
# 1000만원. 제주도에 위치한 A 요양원 소속 요양보호사 김숙자 씨(가명·여·62)는 다섯 달을 일해야 이 돈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숙자씨는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력난 때문에 10명이 노인 40명을 돌보다 입소 노인이 낙상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사자의 보호자는 담당 요양보호사이던 숙자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는 "60년 인생 이렇게 억울한 적은 처음"이라며 땅을 치고 오열했다.
# 전주에서 8년 동안 재가시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는 이명자 씨(가명·여·57)는 자신이 담당하던 한 남성 어르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명자 씨는 "평소 친절하기만 하던 치매 어르신인데 갑자기 문을 잠그더니 몸을 더듬으셨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소속된 센터에 설명했지만, 치매 어르신이니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명자 씨는 시설로 근무 환경을 옮겼다.
# 강원도에 있는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5년 차 요양보호사 박순자 씨(가명·여·68)는 폭력적인 행동 장애가 있는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입소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는 일은 순자 씨가 맡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다. 자신이 담당하는 어르신은 전두엽 치매를 앓고 있는 중증 치매 환자인데 밥을 먹을 때마다 폭력을 행사하며 강하게 거부한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병리적 특성인지라 순자 씨는 폭력을 받아들이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는 평균 23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 과중한 업무, 피소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요양보호사를 구분할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8~9월 요양보호사 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84명은 근무 중 폭언과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중 절반 이상인 412명은 마땅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는 대체로 방문요양시설 혹은 노인 요양 거주시설에서 근무하게 된다. 돌봄 대상은 치매 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요양보호사 현직 근무 인원 중 81%는 치매 노인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노인은 다양한 행동장애가 따른다. 예를 들어 전두엽에 큰 충격을 받은 중증 치매 노인은 성욕이나 식욕 등 감정관리에 이상이 생긴다. 이는 곧 행동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폭언과 성추행, 폭행을 일삼게 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요양기관이 자체적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게 현실이다.
# 전주에서 8년 동안 재가시설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는 이명자 씨(가명·여·57)는 자신이 담당하던 한 남성 어르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명자 씨는 "평소 친절하기만 하던 치매 어르신인데 갑자기 문을 잠그더니 몸을 더듬으셨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소속된 센터에 설명했지만, 치매 어르신이니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명자 씨는 시설로 근무 환경을 옮겼다.
# 강원도에 있는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5년 차 요양보호사 박순자 씨(가명·여·68)는 폭력적인 행동 장애가 있는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입소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는 일은 순자 씨가 맡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다. 자신이 담당하는 어르신은 전두엽 치매를 앓고 있는 중증 치매 환자인데 밥을 먹을 때마다 폭력을 행사하며 강하게 거부한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병리적 특성인지라 순자 씨는 폭력을 받아들이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는 평균 23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 과중한 업무, 피소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요양보호사와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요양보호사를 구분할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8~9월 요양보호사 9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84명은 근무 중 폭언과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중 절반 이상인 412명은 마땅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는 대체로 방문요양시설 혹은 노인 요양 거주시설에서 근무하게 된다. 돌봄 대상은 치매 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요양보호사 현직 근무 인원 중 81%는 치매 노인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노인은 다양한 행동장애가 따른다. 예를 들어 전두엽에 큰 충격을 받은 중증 치매 노인은 성욕이나 식욕 등 감정관리에 이상이 생긴다. 이는 곧 행동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폭언과 성추행, 폭행을 일삼게 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요양기관이 자체적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게 현실이다.
요양원 입소자에게 할퀴거나 물려 팔에 상해를 입은 한 요양보호사. /독자제공
중증 치매 노인을 돌보면서 정작 요양보호사를 보호할 객관적 장치가 전무후무하다는 얘기다. 모든 시스템이 입소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체, 언어, 성폭력 등을 당했을 때 대처법에 대해 본지가 요양보호사 900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간다'고 답한 비율이 36.6%로 가장 많았다. 요양기관에 보고하고 대응조치 요구는 34.3%, 이용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이의 제기는 5.3%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는 1%도 되지 않았다. 근무 중 질병·사고로 치료한 경험을 묻자 52.6%가 '있다'고 했는데 이들 가운데 74.8%는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요양보호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정부와 관리자는 매뉴얼을 꺼내서 "왜 2인 1조로 움직이지 않았느냐"는 질타부터 나온다. 요양보호사 A씨는 "사전에 이상징후를 보고하면 모두 모르는 체하다가 사고가 나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보호사에게 떠넘긴다"고 토로했다. C씨는 "일이 너무 많아 혼자서 빨리 처리하는 게 낫지 2인 1조로 움직이기 힘들다"며 "현실은 모른 척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호사는 절대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효진 한국장기요양기관협회 강원지부장은 "노인돌봄 서비스 종사자로 오래 활동해 온 당사자로서 최근 성폭력 피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서비스 대상자로부터 성적 불쾌감을 느껴도 호소할 신고 시스템조차 없고, 근무 중 트라우마 우려도 커서 실태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종 사회복지협의회장은 "빈번한 성추행 문제 등을 현장에서 자주 듣고 있다. 협의회 차원에서도 법적 자문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관희 강원도의원도 "절대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았지만 낮은 처우와 서비스 대상자의 다양한 요구로 인해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만연하다"며 "성폭력 문제 등 부정적 요소를 줄이도록 도의회도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사명감 가진 요양보호사 구분 안 돼
객관적인 역량 확인 못 하는 게 현실
일부 입소자 보호자는 요양보호사의 입소자에 대한 폭행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순 용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요양보호사가 된 일부 '비양심' 인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접수는 2019년 5243건, 2020년 1만714건, 2021년 1만2617건으로 매년 늘었다. 서울로 한정해도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2020년 1800건→2021년 2616건→2022년 2959건). 노인학대 유형 대부분은 정신적·신체적 학대(92.6%)다. 이외에 방임,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자기 방임, 유기 등의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학대 장소를 보면 가정(92.6%)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가해자는 주로 배우자(53.1%)와 자녀(45%)였다. 노인 거주시설이나 요양시설에서의 폭행률은 8% 미만이지만, 요양업계 구조상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폭행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중증 치매 노인을 돌보면서 정작 요양보호사를 보호할 객관적 장치가 전무후무하다는 얘기다. 모든 시스템이 입소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체, 언어, 성폭력 등을 당했을 때 대처법에 대해 본지가 요양보호사 900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간다'고 답한 비율이 36.6%로 가장 많았다. 요양기관에 보고하고 대응조치 요구는 34.3%, 이용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이의 제기는 5.3%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는 1%도 되지 않았다. 근무 중 질병·사고로 치료한 경험을 묻자 52.6%가 '있다'고 했는데 이들 가운데 74.8%는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요양보호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정부와 관리자는 매뉴얼을 꺼내서 "왜 2인 1조로 움직이지 않았느냐"는 질타부터 나온다. 요양보호사 A씨는 "사전에 이상징후를 보고하면 모두 모르는 체하다가 사고가 나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보호사에게 떠넘긴다"고 토로했다. C씨는 "일이 너무 많아 혼자서 빨리 처리하는 게 낫지 2인 1조로 움직이기 힘들다"며 "현실은 모른 척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호사는 절대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효진 한국장기요양기관협회 강원지부장은 "노인돌봄 서비스 종사자로 오래 활동해 온 당사자로서 최근 성폭력 피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서비스 대상자로부터 성적 불쾌감을 느껴도 호소할 신고 시스템조차 없고, 근무 중 트라우마 우려도 커서 실태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종 사회복지협의회장은 "빈번한 성추행 문제 등을 현장에서 자주 듣고 있다. 협의회 차원에서도 법적 자문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관희 강원도의원도 "절대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았지만 낮은 처우와 서비스 대상자의 다양한 요구로 인해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만연하다"며 "성폭력 문제 등 부정적 요소를 줄이도록 도의회도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사명감 가진 요양보호사 구분 안 돼
객관적인 역량 확인 못 하는 게 현실
일부 입소자 보호자는 요양보호사의 입소자에 대한 폭행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순 용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요양보호사가 된 일부 '비양심' 인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접수는 2019년 5243건, 2020년 1만714건, 2021년 1만2617건으로 매년 늘었다. 서울로 한정해도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2020년 1800건→2021년 2616건→2022년 2959건). 노인학대 유형 대부분은 정신적·신체적 학대(92.6%)다. 이외에 방임, 경제적 학대, 성적 학대, 자기 방임, 유기 등의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학대 장소를 보면 가정(92.6%)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고 가해자는 주로 배우자(53.1%)와 자녀(45%)였다. 노인 거주시설이나 요양시설에서의 폭행률은 8% 미만이지만, 요양업계 구조상 피해자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폭행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한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입소자 폭행 사건 증거들 /독자 제공
요양보호사의 신상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저임금에 고된 노동 그리고 상대적으로 쉽고 허술한 요양보호사 시험 제도 탓에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이 현장에 보급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권태엽 회장은 "특히 요양보호사의 근속 연수가 짧고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이력서만 들어오면 요양보호사에 대한 기본 검증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면접조차 하지 않고 뽑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게 되면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찾는 요양보호사와 단순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요양보호사를 구별하는 단계가 생략되게 된다. 결국 서비스 수급자에게 돌아가는 사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난국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승구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요양보호사의 적정 업무강도를 설정하고, 젊은 인력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곧바로 요양기관에 취직하는 사람은 적으며, 들어오더라도 쉽게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탈한 사람 대부분은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고 임금 수준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양보호사 직종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데 그만두는 것에 대한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직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도록 몇 개월만 더 일하면 경력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종사자들이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젊은 인력의 장기근속 유도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요양보호사 돌봄수기 공모전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요양보호사의 신상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저임금에 고된 노동 그리고 상대적으로 쉽고 허술한 요양보호사 시험 제도 탓에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이 현장에 보급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권태엽 회장은 "특히 요양보호사의 근속 연수가 짧고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이력서만 들어오면 요양보호사에 대한 기본 검증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면접조차 하지 않고 뽑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렇게 되면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을 찾는 요양보호사와 단순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요양보호사를 구별하는 단계가 생략되게 된다. 결국 서비스 수급자에게 돌아가는 사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난국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승구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요양보호사의 적정 업무강도를 설정하고, 젊은 인력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곧바로 요양기관에 취직하는 사람은 적으며, 들어오더라도 쉽게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탈한 사람 대부분은 유사한 업종에 종사하고 임금 수준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양보호사 직종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데 그만두는 것에 대한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직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도록 몇 개월만 더 일하면 경력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종사자들이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젊은 인력의 장기근속 유도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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