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정책논단 > 노인복지정책, 건강한 노인 위한 시설 적극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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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15 09:45 조회 594회 댓글 0건본문
입력 2023.09.14 18:23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육체가 건강한 20~30대나 40~50대가 아닌 황혼기에 접어들어 죽음을 생각하는 70대에 해당하는 노년층에서 삶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스트레스 감소와 긍정적 사고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는 사회적 책임감이나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고 자기만족의 시간이 더 많아져 여유롭기 때문에 젊었을 때보다 행복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또 삶의 연륜이 쌓여 매사 긍정적이 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행복도를 높이는 이유로 조사됐다.
노인 자살률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런 연구결과와는 배치되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꼽는다.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겪은 주인공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자식 결혼 자금 등을 이유로 있던 퇴직금이나 여유자금마저 다 내어주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고령화 시대에 빈곤으로 고통받는 노인도 문제지만 건강하고 여유가 있는데도 마땅한 일이 없거나 시설이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요즈음 노인의 상당수는 많이 배우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만큼 은퇴 후에도 건강관리를 하면서 다양한 모양으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기기를 원한다. 하지만 막상 노인들이 갈 만한 시설이나 여건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우리나라 노인복지 정책은 ‘아픈 노인’ ‘빈곤한 노인’을 지원하는데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이 남아도는 시간에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고, 이는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을 높이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노인복지센터가 화제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 노인복지센터에는 수준별 60여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하루 1천여명이 찾는다고 한다. 모든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아 금방 마감되기 때문에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로 참가자를 선정한다.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노인 프로그램이라는 편견을 깨고 젊은이들도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다수다. 이 노인복지센터에 다니는 노인들의 공통점은 건강하고 활동적이라는 것이다. 동네 노인복지 센터는 여전히 경로당 수준이고 90세 넘는 초고령자만 찾아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노인이 찾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노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이는 노인 연령과 건강 상태에 맞는 수준별 프로그램과 시설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방증한다.
노인복지법 제2조제1항은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이런 노인복지법을 바탕으로 한국의 노인복지정책은 노인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주거환경개선, 노인일자리 프로그램, 노인 활동 지원 강화, 노인 건강 케어 강화, 경제적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예산은 아픈 노인과 빈곤 노인 지원 사업에 대부분 쓰여지고 있어서, 건강한 노인은 상대적으로 노인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노인복지정책이 구체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건강한 노인 증가에 따른 실질적인 시설 투자와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는 부족하다.
지난 7월 정부가 2027년까지 노인 인구의 10%까지 노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건강한 노인들의 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사회상을 반영한 고무적인 정책이지만, 단순히 공공일자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려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그 어느 나라보다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빠른 만큼 건강한 노인들이 노년기에 활발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복지 시설 확충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영국 속담에 “노인의 말은 틀린 말이 별로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생 선배인 노인의 지혜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 더 건강해지고 길어진 노년기를 위한 복지정책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노인복지정책이 잘 마련된 선진국 사례를 연구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노인들에게 실제 필요한 시설과 프로그램 등이 정책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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