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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요양원 산업화의 '명과 암'···서비스 선택권 다양화 vs 공공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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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25 10:05 조회 6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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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1 14:58
  수정 2023.09.21 16:33

민간 자본 유입 통해 이용자 선택권 넓혀야
공공성 악화 우려도···보험금 납부 이유 있어
일본 사례에서 엿보는 민간화 성공 사례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 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 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박람회 부스에 2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이들은 모두 민간 요양원 창업 컨설턴트 업체와 요양원 설립을 위한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을 찾은 국내 보험사 관계자 A씨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복지 사업이야말로 불황이 없는 직종"이라며 기대를 품었다. 컨설턴트 업체 대표 B씨는 "개인요양원 설립 조건 자체가 기타 병원 등 보건의료시설보다 쉬운 구조다 보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개업하기 위해 많이 찾는 추세"라고 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해 보면 최근 요양 업계에선 민간 자본 유입을 두고 기존 사회복지법인 단체와의 이해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노인 사회 복지에 민간이 개입되면 요양 서비스의 질 하락은 물론 사회 복지 전반의 기존 틀인 '공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사회복지법인단체의 주장이다. 민간 자본을 유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자본 유입을 통한 서비스 선택권 다양화 추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요양시설 업계는 크게 개인 요양원과 법인 요양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회복지법인과 민간은 운영 형태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법인은 그동안 해왔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법인 운영비 등 경영 면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민간은 민간 자본의 출자에 의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 자본을 통한 개인 시설이 늘어나면 여기에 거주하는 노인의 주거불안정성이 심화해 치매나 질병으로 편찮은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갑자기 쫓겨날 수 있다"며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노인의 방임 학대와 조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추세"라고 지적했다. 

민간 요양원의 증가는 지난 2008년 정부가 장기 요양 정책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전 교수는 "2008년부터 신규 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기존 요양원들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면서 "이렇게 되면 기관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고 요양보호사 등 제공 인력의 일자리 불안전성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더 심각한 것은 투기성 금융자본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 같은 사모펀드와 자본이 요양업계에 진입해 시장의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자본의 요양시설 설립을 위한 임차 허용까지 늘린다면 요양원을 영리 수단과 투자 대상으로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유구조 형태별 노인요양시설 운영 사례분석' (이희승 외) 논문에 따르면 금융자본이 운영하는 A 요양원의 경우 2021년 지출의 21%가 전출금이었다. 

전출금은 외부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 부동산 같은 다른 자산 투자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임차 요양원의 허용이 이런 투기성 금융 자본의 이익을 높여주는 데 기여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민간 자본의 요양업계 진출 → 수급자 복지 선택권 다양화

그렇다면 민간 자본 투입은 무조건 악영향만 끼칠까. 요양업계 민간 자본 투입의 성공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대형 보험사들은 성장 전망이 높은 노인 요양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주요 방식은 M&A 및 자회사 설립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솜포(損保)홀딩스는 주요 요양 사업자 인수 및 자회사 통합을 통해 2016년 업계 2위 규모의 '솜포케어'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시설 요양 부문에서는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솜포케어의 2020년 기준 매출액은 1318억 엔(1조2987억원)으로 업계 1위 니치이학관의 1537억 엔(1조5145억원)에 이어 2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 요양 서비스 업계 1위인 니치이학관은 의료(의료 경영컨설팅, 시스템 판매), 요양(유료 노인 홈, 재택요양, 간병 용품 판매), 보육(병원·기업 내 보유원), 가사 대행, 펫테라피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 보험 계열사를 통해 간병보험과 함께 요양 서비스 상담,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일본 보험사들은 간병보험 상품 판매와 함께 요양 사업자의 서비스 상담,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의 복지 서비스 선택권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두고 국내 요양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에서의 요양업계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과 보험업계로 대표되는 민간투자가 절실하지만,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요양업에 대한 진출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제연구소는 '일본 보험사의 요양업 진출 동향과 대응 방향'을 통해 요양업에 대한 민간투자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장기 요양 시설의 병상과 침상은 65세 이상 1000명당 60.4개로 OECD 평균(45.7개)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요양원의 침상을 중심으로 계산하면 공급은 매우 부족한 형태로 뒤바뀐다. 요양원 병상으로 산출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요양원 병상은 평균 24.8개로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요양원 침상이 병상수보다 적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결국 요양에 대한 의료적 지원이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최소화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자 요양병원보다는 요양원 병상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 요양기관 평가 등을 토대로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는 국공립 요양원의 경우 대기자가 입소 정원의 2~5배로 사실상 입소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요양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국내에선 쉽지 않을까. 요양원에 대한 요구도는 높아졌지만 투자 현실은 정반대인 탓이다. 주요 문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이다. 현재도 보험업법 시행령으로 보험사의 요양업 진출은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KB손보 이외에는 직접적으로 요양원을 설립한 보험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KB손보는 지난 2016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2017년 강동케어센터(주야간 보호시설), 2019년 위례빌리지(노인요양시설, 주야간 보호시설), 2021년 서초빌리지(노인요양시설) 등 요양 서비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23년 하반기에는 은평빌리지를 개원할 예정이다. 

다만, 보험사 등 거대 민간 자본의 유입은 미미하지만 요양업 진출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대목은 고무적이다. 종근당 산업은 지난 2021년 요양원 벨포레스트를 개원했고, 간병 분야에서는 유니메오(간병인 중개 앱, 좋은케어), 케어닥(간병인 중개 앱, 케어닥), HMC네트웍스(간병인 중개 앱, 케어네이션), 한국시니어연구소(요양시설 운영 소프트웨어 판매) 등이 진출했다. 

이를 토대로 보험사들은 요양업에 직접 진출보다는 방문 요양 서비스 제공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 중이다. 방문 요양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부족한 요양 인프라를 개선할 직접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요양시설의 건물과 토지 소유' 등과 같은 규제 완화다. 현행법은 노인 장기 요양시설 사업자의 경우 장기 노인요양시설로 사용할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현시점에서는 요양업에 대한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인 셈이다. 정원 10명 이상의 시설에 대해 해당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국내 요양시설의 대형화를 막고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반면 일본의 개호형 유료 노인 홈은 규모 및 시설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설비를 갖추고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유와 운영을 분리해 사업자 지정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과 논의를 통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투자규제 완화를 논의했다. 이후 복지부와도 장기임대가 가능한 형태로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또 복지부는 올해 3월 폐교 또는 공공부지 등에 대해 임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사업에 참여한 보험사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사회 복지 민간화
공공성 후퇴 우려

요양시설에 대한 민간 자본 투자 유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로 인한 '공공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9월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복지 서비스 정책 방향에 관한 브리핑에서 “전 국민의 요구가 분명한 돌봄·요양·교육·고용·건강 분야의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이후 국회에서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복지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는 대통령실 발표는 여전히 취약한 복지 서비스 공공성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장기 요양업계 관계자는 "돌봄과 요양은 이미 상당 부분 민간 시장에 의존해 굴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복지 서비스를 더 어떻게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믿고 맡길 공공돌봄이 부족해 초등아동 상당수가 방과 후 ‘학원 뺑뺑이’를 돌거나 조부모의 손에 맡겨지는 풍경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늘리는 ‘늘봄학교’(전일제 학교)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지만 풀어야 할 쟁점들이 적지 않다.

노인 돌봄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2만5000여 곳에 달하는 요양원 등 노인 돌봄 시설 가운데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노인 돌봄의 99%가 민간 요양원 등 시장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사회보험을 선택했다는 것은 국가가 중심이 되어 해결하겠다는 ‘돌봄의 사회화’ 선언이었고 그래서 시민들도 기꺼이 보험료를 내는 것”이라면서 “돌봄이 국가·지방자치단체라는 공공의 책임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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