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 혼자 잘 놀지 못하면 혼자 지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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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8-25 13:08 조회 578회 댓글 0건본문
입력 2023-08-25 06:31:00
명상은 타인의 삶과 내 삶의 해방구를 만드는 일이다
‘나 홀로 잘 지내는 체질’인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독신 사회로 가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의 서구화와 함께 가족 해체·혼인 해체 등의 흐름은 대세로 보인다. 미혼 독신·이혼 독신도 있지만 누구나 다 일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사별 등으로 결국 독신 생활을 하게 된다. 부모 중 한 분만 남았다 하여 자식이 홀로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는 전설이 돼 가고 있다.
‘나홀로 삶’에 대한 마음의 자세와 준비를 돌아봐야 한다. 독신으로 인한 고독감·고립감·외로움·두려움 등의 감정에 짓눌리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다. 자기자신과 잘 노는 습관을 미리 확립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자기자신과 즐겁게 노는 일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주시하고 알아차려 주는 일이 명상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동서양의 명상 학자가 말하는 명상에 대한 정의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내가 나를 타자화(他者化)하는 일, 제3자처럼 거리 두고 보는 일, 자기 자신을 애정과 관심으로 계속 주시해 주는 일’이 그것이다. 명상은 당신의 의식이 있는 한 어느 시공간에서든 가능하다.
오면 오는 대로 즐겁고 가면 가는 대로 즐겁다
혼자 지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게 되면 누구라도 붙들어야 한다. 하다못해 텔레비전을 붙들든 유튜브를 붙들든, 껌딱지처럼 붙어서 그것이라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 오히려 그의 심정적 보호자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어린아이라면 충분히 이해한다. 누가 봐도 50대 이상이니까 문제다. 충분히 어른이면서도 혼자 있게 되면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을 신뢰하기 어려운 의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우울형 독거의 시작이 되기 십상이다.
임종린은 2016년 발표한 ‘우울형 여성 독거노인의 참여 활동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한국노인복지학회)에서 우리나라 노인 중 남성보다 여성이 우울로 인한 자살 생각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전체 노인의 33.1%가 우울 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중 43.7%가 독거 노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우리나라 40·50대 기성 세대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시사해 준다. 그야말로 새로운 ‘홀로서기’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미 보편적 흐름이 된 ‘명상 생활의 일반화’가 우리 사회에도 밀려올 것임을 예측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각 개인이 그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 하는 것이다.
혼자 있기 힘들다는 것의 의미를 바꿔 말하면? 타인의 시간과 마음과 배려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임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옆에서는 보이지만 본인은 보지 못한다. 시골 생활을 갈망하면서도 아내가 안 가니까 자신도 못 간다고 한다. 아내가 여행이라도 가려 하면 온갖 이유를 들어 짜증을 낸다. 어느날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고서야 알았다.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이 내내 두려웠음을. 그것 때문에 젖먹이 어린아이처럼 굴었음을. 그런데 늦었다. 아내는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홀가분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가 물었다. “내가 그렇게 걸리적거렸단 말이오?” 아내가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질식사할 것 같아요.”
이런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닥칠 수 있는 사건이다. 독신의 삶이 당신을 피해 갈 확률은 낮다. 그러므로 나 자신과 언제든지 놀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나마도 늦으면 떠난 버스처럼 편승하기 어렵다.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몸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땀 흘리며 훈련하듯 명상 또한 마음의 근력 강화 훈련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공짜는 없다.
혼자 존재하면서 즐거우면 그 표정과 몸짓에 드러난다. 여유와 편안함이 배어 있다. 어디라고 콕 집을 수 없지만 그의 삶은 높은 자존의 상태임을 느끼게 한다. 혼자서도 즐겁고 혼자서도 바쁘기 때문에 타인의 시간과 배려를 흘깃거릴 이유도 없다. 누군가가 오면 오는 대로 즐겁고 가면 나랑 놀 수 있어서 즐겁다. 명상의 맛을 아는 일은 주도적 삶의 맛을 만끽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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