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정부 '임차 요양원' 추진에…복지학자 '반대' 힘모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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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8-24 11:46 조회 565회 댓글 0건본문
송고시간2023-08-20 08:11
노인요양시설 규제 추진에 19개 보건복지학회 공동성명 내기로
"'최소한의 진입장벽' 없애려는 시도…상업화 부추겨 결국 노인 피해"
금융자본 '요양시장' 진입 확대 우려…영국 '서던 크로스' 파산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7.19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임차 요양원' 설립 허용을 추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의 반발이 크다.
건물과 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운영하던 노인 요양시설을 임차하는 경우에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19개의 보건·복지학회가 이례적으로 함께 반대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복지학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서 임차 요양원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자가 땅·건물을 직접 소유해야만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열 수 있다. 안정적인 시설 운영을 위해서인데, 정부는 시설 공급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 대해 이런 규제를 없애 임차만으로도 시설 운영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방침을 발표하자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비판복지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한국건강형평성학회, 한국노인간호학회 등 19개 보건·복지 학회가 연대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임차 요양원 설립 추진을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이른바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을 비판할 계획이다.
홍영준 비판복지학회 회장(상명대 교수)은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보건·복지 학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한목소리로 성명을 내는 일은 전례가 없다"며 "그만큼 학계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정부의 복지 선별화와 시장화, 산업화에 대응하는 연속회의체 구성도 논의하고 있다.
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임차 요양원'이 단순한 시설 규제 완화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토지·건물 소유 규정이 최소한의 진입 장벽 역할을 해왔는데, 관련 규정이 없어지면 공적인 성격이 강한 노인 요양원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영세 업체가 난립하면서 결국 피해가 입소자인 노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 반대 손팻말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등 관계자들이 장기요양시설 임대 허용 추진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7.19 nowwego@yna.co.kr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비판복지학회 부회장)는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주거불안정성이 심화해 치매나 질병으로 편찮은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갑자기 쫓겨날 수 있다"며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노인의 방임 학대와 조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규 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기존 요양원들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기관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고 요양보호사 등 제공인력의 일자리 불안전성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더 심각한 것은 투기성 금융자본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벤처캐피털 같은 사모펀드와 자본이 진입해서 시장의 지배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임차 허용이 노인요양원을 영리 수단과 투자 대상으로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유구조 형태별 노인요양시설 운영 사례분석'(이희승 외) 논문에 따르면 금융자본이 운영하는 A요양원의 경우 2021년 지출의 21%가 전출금이었다.
전출금은 외부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 부동산 같은 다른 자산 투자 등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임차 요양원의 허용이 이런 투기성 금융 자본의 이익을 높여주는데 기여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임차 요양원의 허용은 규제 완화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노리는 손해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투기성 자본의 요양시설 운영이 파국을 낳은 사례는 이미 해외에서 여럿 있었다.
영국에서는 '서던 크로스'라는 요양시설 체인이 '세일앤리즈백(sale and lease back·매각후임차) 방식으로 확장했다가 2011년 재정난으로 파산하면서 3만1천명의 노인이 갑작스럽게 퇴거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방임으로 인해 최소 5명이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민간노인요양업체 '콤슨'이 지원금 횡령으로 강제폐쇄당하면서 대규모 '개호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 제3차 장기 요양 기본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장기 요양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3.8.17 hkmpo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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