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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노인’과 다른 ‘어르신’…뇌 기준 25살부터 성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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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8-04 12:37 조회 56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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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3-08-03 17:22  수정 2023-08-03 19:52 


[한겨레21] 늙음의 과학
“34살-60살-78살 노화 변곡점”이 시사하는 것 


큰아이가 여섯 살, 쌍둥이 아이들이 돌 즈음의 일입니다. 평일에 아이를 돌봐주시던 부모님이 일이 있어 잠시 본가로 내려가셨고, 남편과는 주말부부였습니다. 미취학 아동 셋과의 하루하루는 정신없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흘러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연재 중인 원고의 마감은 꼬박꼬박 돌아왔고, 젖은 빨랫감과 설거지할 우유병과 치워야 할 잡동사니는 쌓여갔지요.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와 진공청소기가 다소 도움이 됐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내 손을 타야 했습니다.

■ 24살까지 변화무쌍한 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문제의 밤이 찾아왔습니다. 평소 아기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잘 자던 아기들이 그날따라 도통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첫째의 잠자리도 제대로 못 봐주고 돌쟁이들을 양팔에 끼고 안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칭얼거리는 아기들을 달래다 지쳐서 저도 모르게 잠들었던 모양입니다.

잠결에 작게 흐느끼는 소리에 설핏 잠에서 깨었습니다. 희미한 취침등 불빛 아래 첫째가 훌쩍이며 서 있었습니다. 아무리 침대에서 누워 기다려도 엄마가 밤 인사를 해주러 오지 않자 직접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 눈에 들어온 모습은, 양팔에 아기들을 하나씩 안고 잠들어버린 엄마였습니다.

아이는 문득 서러워진 모양입니다. 아무리 봐도 엄마 곁이 보이지 않았겠지요. 차마 아기인 동생들을 밀어내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홀로 방으로 돌아가긴 외롭고, 엄마는 너무 피곤해 보이고…. 그래서 아이는 엄마를 깨우지도 못하고 그저 훌쩍거리고만 있었죠.

벌써 10년도 훌쩍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묵직해집니다. 오래전에 법적 성년의 나이를 넘겼지만, 온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습니다. 

■ 아이는 언제부터 어른인가

세상 모든 생물은 태어나고 성장하며, 아이에서 어른이 돼갑니다. 어떤 생물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자못 뚜렷합니다. 배춧잎을 갉아먹는 통통한 초록색 애벌레와 흰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처럼 말이죠.

이처럼 여러 곤충과 갑각류처럼 뚜렷한 변태 과정을 거치는 동물은 유생체와 성체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탈피를 마치고 고치를 뚫고 나오는 때가 바로 성체가 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순간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기에, 언제까지 아이이고 언제부터 어른인지 나누는 경계가 다소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라면 아이에게는 생식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사회에서는 아이가 자라 2차 성징이 드러나고 성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해지면 성인으로 대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몽룡과 성춘향은 이팔청춘 열여섯에 눈이 맞아 만리장성을 쌓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같은 사랑은 줄리엣의 14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일어났습니다. 화랑 관창이 황산벌에서 목숨을 걸고 내달리던 때의 나이는 겨우 15살이었고, 16살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전장에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섭정을 맡아 반란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아직 앳된 구석은 남아 있어도, 이 정도 나이면 충분히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고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있는 나이라 여겼죠.근대 이후,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는 이보다 조금 올라갑니다. 재생산 여부에 더해 법적 기준이 제시됐죠. 법적으로 성인이란 혼인, 음주, 흡연, 각종 계약, 운전면허, 선거 등의 행위를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 없이 행사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래서 이들을 행할 수 있을 만큼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으로 여겨지는 나이가 기준이 됐지요. 현재 가장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는 성인 기준은 18살 전후입니다(우리나라는 19살 이후를 법적 성인으로 규정합니다). 
전세계 각국의 성인 기준 나이. 자료: 위키피디아 
전세계 각국의 성인 기준 나이. 자료: 위키피디아 

최근 이 법적 기준을 더 늦추는 게 좋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이의 특성이 성장이라면, 성장이 모두 완료된 시점 이후를 성인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 어른은 언제부터 노인일까물론 인체의 성장에서 모든 부분이 반드시 동일한 시기에 완료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16~18살이 지나면 뼈의 성장판이 닫혀 키가 더는 자라지 않습니다. 키 성장이 멈춘 뒤에도 신체의 다른 부분은 더 자라고 성숙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뇌입니다.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10대 청소년의 뇌는 확실히 무모하고 저돌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감정 기복이 심해 불안정한 행태를 보입니다. 10대의 두뇌 발달을 연구한 신경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20대 중반까지 계속 새롭게 재편되기에 인간의 청소년기를 틴에이저(13~19살)를 넘어선 24살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성인의 연령은 25살이 되겠지요.또한 이들은 조현병이 처음 발현되는 시기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것도, 이 시기까지는 뇌 발달이 아직 안정화되지 못해 작은 충격과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연속적인 인간의 삶은 성인이 되는 지점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노인이 되는 시기도 확실하게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성장하고 어른은 안정을 유지합니다. 아이는 지원받고 어른은 생산을 맡습니다. 그렇다면 노인은 어떨까요?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방식은 생산 영역에서 물러나 은퇴한 이들을 대하는 그것입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하듯 성인의 권리는 그대로지만, 성인에게 부여된 의무에서 상당 부분 면제해주죠. 조선시대에도 건장한 성인 남성은 16살부터 60살까지 군역의 의무를 졌기에, 1년에 두 달씩 군대에 복무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베, 즉 군포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60살이 넘어가면 이 군역이 면제됐지요.기준이 다를 뿐, 현대에도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은 비슷합니다. 성인의 권리를 가지되 책임과 의무에서 면제되죠. 대한민국 헌법 제24조에 의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투표권을 가지는데,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8살 이상의 국민이라면 선거권이 부여됩니다. 1년 이상 형을 받고 집행 중인 사람 등 몇몇 예외는 있지만, 선거권 결격 사유에 나이는 없습니다. 그러니 별다른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18살 이후 사망할 때까지 선거권은 유지되죠.또한 성인이 응당 해야 할 일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제활동과 건강유지입니다. 무릇 성인이라면 제 밥벌이는 할 수 있고 제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하지만 법적 노인이 되면 이런 것도 의무가 되지 않습니다. 근대 복지국가에선 노인이라 인정되는 나이가 되면 경제활동에서 은퇴했음을 상정해 연금 지급을 개시하고, 각종 세금과 요금에서 감면 혜택 혹은 무료 혜택을 줍니다. 여기에 장기요양보험이나 국가의료지원도 제공하지요.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노인 기준은 65살입니다. 이는 공무원의 퇴직연령으로, 더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이며 노인복지법에서 명시한 기초연금이나 장기요양보험, 도시철도 무임승차가 제공되는 나이이지요.■ 성인과 어른,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노인의 법적 기준 나이가 왜 65살이 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실시된 유럽 각국의 연금제도에서 65살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기준이 65살이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딱히 생물학적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의 혈장 단백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34살, 60살, 78살 이렇게 세 시기에 갑작스러운 노화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연속적인 삶에서도 분기점이 존재하듯, 노화에서도 세 번의 주요 변곡점이 있다는 거죠. 65살이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점이라 여전히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현행법상 성인과 노인의 기준은 그저 살아온 날수로 정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다보면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노년기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같은 나이대를 의미하는 단어라도 ‘성인’과 ‘어른’, ‘노인’과 ‘어르신’은 다릅니다. 전자가 그저 물리적 숫자만을 잣대로 판별한다면, 후자는 숫자에 더해 그 시기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 권리와 의무의 조화, 다음 세대를 대하는 태도 등 복합적인 의미가 부여됩니다. 하지만 성인은 됐으나 어른은 되지 못하고, 노인이지만 어르신으로 변모하지 못한 이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띕니다.우는 아이를 마주한 순간, 팔이 두 개뿐이라는 사실이 심히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팔이 돋아날 리 없으니 방법을 고민해야죠. 곤히 자는 막둥이를 가슴 위에 얹고, 겨우 틈이 난 한쪽 팔을 첫째에게 내줬습니다. 울음을 그친 아이는 곁을 파고들었고 곧 새근새근 잠들었습니다. 팔은 두 개여도 세 아이를 모두 보듬을 수 있었습니다.양팔과 가슴 위에서 느껴지는 세 아이의 숨소리를 느끼며 한참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하던 시절은 지났고, 제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시기도 넘어섰으며, 이제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생명을 오롯이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세월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세 생명의 무게감은 매우 묵직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질량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줬습니다.■ ‘어르신 되기’, 인생 후반부의 숙제이제 아이들은 제 눈높이를 넘어섰고, 더는 제 팔을 베고 품을 파고들지 않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제 몸을 스스로 건사할 시기가 그리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때쯤이면 저도 노인이라 불릴 만한 나이가 되겠지요. 성인이 된 뒤에도 한참 지나 어른이 됐던 경험이 있으니, 노인이 된 뒤 진짜 어르신이 될 때까지는 좀더 많은 일을 겪어야겠지요. 그것이 지금 생각하는 제 인생 후반부의 숙제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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