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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할아버지, 할머니! 왜 노인 일자리 두고 폐지 주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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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8-03 11:48 조회 5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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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2 11:00   
  • 수정 2023.08.02 17:42

'근로'보다 '봉사'에 초점 둔 노후 정책
일자리 사업과 폐지 수집 병행하거나
일자리 신청 후 탈락해 폐지 줍기도

여성경제신문이 연재하는 [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개설된 미래뉴스실습 강좌에 수강한 학부 학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었던 양선희 미래뉴스실습 책임교수의 지도 하에 한 학기 동안 취재하고 쓴 기사들입니다. 양 교수와 학생들은 '업커밍(Upcoming)'이란 잡지도 발행했습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양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 하에 학생들의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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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의 한 골목, 누군가가 카트 위에 폐지를 쌓아 놨다. /강지은

948원. KBS 대구방송총국이 발표한 생계형 폐지 수집 노인들의 평균 시급이다. 폐지 수집의 노동 강도 역시 강하다. KBS에 따르면 그들의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13km, 평균 노동 시간은 11시간 20분이란다. 그들은 왜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두고 폐지를 주울까? 궁금증이 발동해 봉천동 고물상으로 향했다.

서울 봉천동 현대시장 입구 교차로 옆으로 난 좁은 골목. 차 한 대 간신히 지날 만한 이 골목에 트럭이 드나들 때면 사람들은 도롯가에 바싹 붙는다. 이 골목에 고물상이 있다. 고물상 안에는 양은, 동, 폐지, 고철 등이 잘 정리돼 쌓여 있다. 바닥 한가운데에는 1t 트럭이 주차할 수 있는 크기의 저울이 깔려있다. 노인들은 고물상에 들어가 우선 폐지가 쌓인 카트나 리어카를 저울에 올린 후 관리소 벽에 붙은 표시기에서 폐지 무게를 확인한다. 그러고는 가져온 폐지를 고물상 한쪽에 모아두고, 고물상 주인에게서 폐짓값을 받는다. 실습 기자들은 골목에 서서 고물상에서 나오는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례 1: '봉사형' 일자리가 대다수

"박스(폐지 줍는 일)는 너무 힘들어. 진짜 아무나 못 해."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는 한 노인(76)은 토요일에도 폐지를 수집하고 있었다. "고물상이 주말에도 열거든. 쉴 사람은 쉬고, 주말에도 일할 사람은 일하지." 그는 서초구 '따릉이 봉사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나 아는 사람이 노인들한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주면 50만원가량 주는 사업이 있다길래 따라갔어. 근데 그 사업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더라고? 그래서 다른 사업 중에 하나 고른 게 따릉이야."

따릉이 봉사단(이하 따릉이)은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소속 노인들은 자전거 정리 및 대여소 환경 정리 활동을 담당한다. 그가 말한 스마트폰 관련 사업은 사회 서비스형 사업의 일종인 '스마트 시니어' 활동이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은 크게 공익활동,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공익활동 사업은 저소득 고령층을 위해 설계된 정책으로,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의 목적이 △노인의 자기만족 △성취감 향상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하루 3시간 이내로 활동하며 활동비 명목으로 월 27만원을 받는다.

노인 일자리 사업 정리표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사업 정리표 /보건복지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폐지 수집을 하는 이유를 묻자 노인은 "27만원으로는 부족하지!"라고 외친다.

"그래도 27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 액수에 불만을 표할 수는 없는 거야. 작년에는 따릉이를 20명이 했는데 올해는 10명으로 줄었어. 오전, 오후 5명씩으로. 따릉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야."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 서비스형 등 다른 유형을 선택하면 되지 않느냐는 실습기자의 질문에 노인은 말한다. "아, 거기 가면 일이 거의 다 27만원짜리야. 내가 알기론 그랬어."

실제로 공익활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 정책브리핑에 게재된 '2023년 노인 일자리 사업 유형별 배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82만2000개 중 공익활동이 66.5%에 달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셋 중 둘이 봉사형이고, 하나만 근로형이다.

노인은 고물상에서 받아 든 믹스커피를 다 마시자 이야기를 나누는 잠깐 사이에도 일어나 박스를 주웠다.

사례 2: 올해 일자리 사업은 탈락

이모 씨(78)는 지난겨울부터 폐지 수집을 시작했다. "젊었을 땐 식당 일이나 파출부 등 안 해본 일이 없어. 그리고 작년까지는 동사무소에서 받은 일로 거리 청소했고. 올해는 이미 두 번 했다고 일자리 안 주더라." 그는 현재 아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다쳐서 치료받고 있어 이 씨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의 대기자(탈락 후 잔여 일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는 2021년 10월 기준 11만명에 달했다(정책브리핑). 정부와 서울시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는 계약 기간이 1년이 채 안 된다. 기간이 끝나면 새롭게 신청과 선발이 이뤄진다.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공익활동과 사회 서비스형은 각각 계약 기간이 11개월, 10개월이다. 서울시의 '서울 동행일자리 사업'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를 포함하는데, 계약 기간이 5개월이며 연속 2번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2년 총 3회).

"요즘은 경로당 가서 밥하는 일도 해. 폐지 줍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사람이 소개해 줬어. 폐지 줍는 거 힘든데 왜 하시냐면서." 경로당에서 일을 시작한 후 이씨는 동사무소로부터 주 2회 근무 가능한 일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 "난 이미 경로당 일도 하고 있고, 주 2회 근무해서는 돈도 얼마 못 받잖아." 

이씨는 이전과 같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례 3: 일자리 사업, 제대로 몰라

"아직도 있어? 오래도 있네."

2시간 동안 고물상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실습 기자는 이모 씨(75)를 3번이나 만났다. 이씨는 폐지 수집을 전업으로 한다. 이씨가 폐지 수집을 시작한 지는 3년이 됐다. 그전에는 파출부 일을 했다. 그러다 대장암이 간에 전이되어 암 투병을 했다. 회복 후 시작한 일이 폐지 수집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그거 27만원 하는 거 돈도 안 돼. 연금 24만원 나오는 거랑 폐지 줍는 거, 이렇게 그냥 하던 일이나 하는 게 나아"라고 말했다.

이씨는 공익형 이외의 노인 일자리 사업 유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으로 보였다. 일자리 사업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라디오, 현수막 등 홍보물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시니어 구인구직 사이트 '노인 일자리 여기', 홍보 영상 등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홍보한다.

그런데 동일 기관의 2022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중 약 47%는 가족, 이웃, 친척 등 지인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되었다. 약 26%도 평소 이용하던 경로당, 복지관 등의 담당자를 통해서 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사회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노인은 노인 일자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례 4: 노인 일자리 사업에 폐지 수집도 있다.

아예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의 폐지 수집도 있다.

"평소엔 다른 고물상에 가서 폐지를 내다 팔고, 가끔 이쪽 고물상으로도 와서 내다 팔아. 왜냐면 이쪽이 폐짓값을 더 쳐주거든." 김모 씨(80)가 평소에 다닌다는 고물상은 관악시니어클럽이 시행하는 '은빛마차사업단'과 연계된 고물상이다. "원래도 폐지를 주웠는데, 고물상 소개로 사업에 참여했어."

은빛마차사업단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시장형 일자리 사업이다. 관악구 안에 있는 고물상과 업무 협약을 맺고 참여 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는 형식이다. 폐지 수집 노동을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포섭한 것이다. 폐지 수집을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서울시 내의 사례로는 △도봉구의 손수레 △노원구의 위풍당당 에코 △은평구의 모두의 자원 △종로구의 희망수레 △마포구의 그린품 △강동구의 다시, 온_손수레 △금천구의 우리동네 재활용 △광진구의 고물을 유물로가 있다. 보상은 기본급에 수집에 따른 성과금을 더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OECD 회원국 중 66세 이상 인구 상대적 빈곤율 1위 국가 대한민국(2018 기준)에서 폐지 수집은 제도로서, 또는 제도의 틈 사이에서 노인들의 자율적 근로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회비 내고 가입하면 일자리 연결

도시마구 실버 인재센터 건물 /강지은 
도시마구 실버 인재센터 건물 /강지은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실버 인재센터 회원 시스템으로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실버 인재센터는 「고연령자 등의 고용의 안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일본 구·시·읍·면 58곳에 설치되어 있는 공익 법인이다. 60세 이상의 노인이 1년 회비로 한화 약 1만~3만원(1천 엔~3천 엔)을 지불하면 이 센터에 가입할 수 있다.

센터는 회비를 내고 가입한 노인에게 거주지 주변 일자리를 연결해 준다. 일자리는 정부 일자리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의뢰한 일자리를 하도급, 아웃소싱, 파견 등의 형태로 제공한다. 더불어 회원 간의 친목 도모 기회를 제공하는데, 센터마다 제공하는 활동이 다르다.


일본 도시마구 실버 인재센터는 지역 반 활동(지역을 반 단위로 작게 나누어 각 반에 거주하는 회원끼리 상호 연락, 정보 수집 및 교환 등을 도모하는 활동) 및 자원봉사 활동을 추진하고, 취미 및 서클 활동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일자리 및 생활에 관한 정보가 담긴 회보를 집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이처럼 실버 인재센터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노인들을 사회적 네트워크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노인 일자리 홍보 방식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도시마구 실버 인재센터 관계자는 신문이나 전단,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광고, 세미나 참가, 그리고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제휴 및 협력으로 노인 일자리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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