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집이 찜질방, 선풍기 1대로 버텨” 폭염에 갇힌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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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8-04 12:42 조회 541회 댓글 0건본문
입력 : 2023-08-04 00:03/수정 : 2023-08-04 00:46
생활지원사 활동 동행해 보니…
에어컨 없이 열악한 주거 환경
전화·방문해 안부 묻고 말벗도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장순덕씨의 안부를 묻기 위해 3일 관악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3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노인종합복지관 조명자(63) 생활지원사가 익숙한 듯 소주병, 폐지 등이 가득 쌓여 있는 집 대문을 열었다. 2층 계단을 올라 출입문을 열자 바깥 공기보다 더 후끈거리는 열기가 훅 밀려나왔다.
장순덕(71)씨가 축 처진 몸을 웅크리고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장씨는 “30분만 앉아 있어도 너무 더워서 쪄 죽을 것 같다. 찜질방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그의 옆에는 선풍기 한 대가 터덜터덜 더운 바람을 날리고 있었다. 장씨는 손수건 2개를 번갈아가며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홀로 사는 장씨는 지난해 고심 끝에 작은 벽걸이 에어컨을 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고, 문의할 방법도 모르는 데다 수리비도 부담돼 그냥 고장난 채 올여름을 맞았다. 정말 견디기 어려운 날에는 에어컨이 있는 옆집으로 피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낡은 선풍기에 기대 여름을 난다. 조씨가 “어르신, 이렇게 더운 데 있으면 안 돼요”라며 “에어컨 수리 직원을 불러줄 테니 고칠 동안은 근처 복지관에 가 계시라”고 거듭 안내했다.
조씨를 비롯한 관악노인종합복지관 49명의 지원사는 폭염 속 680명 노인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인 ‘폭염 대비 취약노인 보호대책’의 일환이다. 65세 이상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대상이다. 생활지원사가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직접 폭염 속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모든 어르신 집에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방문하고, 전화는 최소 2회 걸어 안부를 묻는다.
장씨의 안부를 확인한 조씨는 두 번째 집을 방문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허옥자(83)씨의 집이었다. 조씨는 이동 중에도 다른 노인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전화를 돌렸다. “어르신 더우신데 괜찮으세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라는 인사가 이어졌다.
조씨는 직접 철문을 열고 허씨 집으로 들어섰다. 조씨는 “어르신의 관절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해 나올 수 없는 상태”라며 “직접 열쇠를 갖고 다니며 방문한다”고 말했다.
조씨가 들어서자 13.2㎡(약 4평) 규모의 방에서 허씨가 “왜 이제야 왔어, 보고 싶었어”라며 활짝 웃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4년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허씨는 거동까지 불편하다 보니 조씨가 거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이웃이다. 한 시간가량 얘기를 나누고 건강상태도 살피는 게 조씨의 일이다.
허씨의 집에도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세 걱정 때문에 거의 틀지 않는다고 했다. 허씨는 복지관까지 가기도 어려워 더위를 그대로 집 안에서 견디고 있었다. 그는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지원사가 방문해 창문도 열어주고 물품을 주고 간다”고 했다. 냉장고 문에는 비상연락처와 안심동행서비스 콜센터(1533-1179) 등 긴급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14861&code=1113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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