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3.11.21 21:22 / 수정 2023.11.21 21:26 

[앵커]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구급차를 마구 호출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데 출동을 못 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동 요구를 함부로 거절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이유가 뭔지, 개선책은 없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 혜영 기자, 황당한 신고도 많은데 출동했던 소방대원이 도리어 징계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고요?

[기자]
네, 어제 소방 노조가 한 119 구급대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철회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사건은 이렇습니다. 지난 8월 119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다"면서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는 몇 분을 더 기다렸는데 소방대원이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고 하자 이후 신고자가 "모멸감을 느꼈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해당 소방관은 1년 간 포상이 금지되는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앵커]
황당하군요. 무슨 근거로 징계를 했답니까?

[기자]
현행법상 단순 감기환자처럼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출동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38도 이상 고열인 경우는 예외인데, 이 신고자는 체온이 38.3도였습니다. 70세 노인으로 피부암과 심장질환도 앓고 있어 같이 출동한 직원도 응급진료가 필요한 잠재응급 환자로 판단했다는 게 인천소방본부의 해명입니다. 또 "신고자가 몸살로 사흘 동안 씻지 못해 샤워 시간을 감안해 와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이러면 현장 나가는 대원들 힘 빠지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규정상 이송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에도 뒤따를 민원이 두려워 일단 가고 보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119 구급 출동은 350만 건 정도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송된 환자 인원은 큰 차이가 없는데요. 그만큼 허탕친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중간에 취소되거나 응급환자가 아닌 사례들이었습니다.

이용재 /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
"안 오면 '야, 내가 세금 내서 너네 월급 주는데 왜 안 오냐' 욕설을 퍼붓고. 이런 데다가 구조 구급대원을 불러들이기 시작하면 정작 내가 그런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신속하게 도움을 못 받는다 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라는 거예요."

[앵커]
일단 부르고 본다는 건데 대책이 없을까요?

[기자]
그래서 이럴 바엔 구급차를 유료화 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국감 때도 거론됐지만 소방청장은 "그렇게 되면 관련 보험에 가입한 국민만 부담 없이 구급차를 부르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답니까? 

[기자]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일본과 영국은 우리처럼 무료입니다. 나라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프랑스에서는 구급차를 함부로 부르면 처벌 받고 일본은 "가벼운 부상인 경우는 이용하지 말라"는 원칙을 고지하는 등 오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내가 함부로 부른 119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 우리 모두 해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