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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홍찬식의 콜드브루 > 집약형 ‘콤팩트시티’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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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22 12:19 조회 65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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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11-22 06:31:20 


세계적 대세는 도시 기능을 압축하는 집약형
‘성장 신화’ 벗어나 주민 삶에 초점 맞춰야
 


개인적인 용무로 충남 장항읍을 자주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 용산역에서 장항선 기차 편을 주로 이용했다. 처음 장항역에 내려 보니 역의 위치가 읍내에서 무려 4km 떨어져 있었다. 장항읍 중심가로 가야 하는데 도보 이동은 엄두가 나지 않아 노선버스나 택시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역 앞에는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배차 간격이 1시간 이상이었고, 하루에 고작 9번 버스가 다녔다. 기차역 앞이 이런 정도라면 근처 다른 곳의 교통 형편은 어떨지, 주민들은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지방에선 자가용이 필수”라는 말이 실감 났다. 실제로 자동차 보급률은 특별시·광역시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지방에는 노인들이 많다는데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어찌해야 하는가. 통계청이 집계하는 ‘활동 제약 인구’ 중에서 70세 이상이 169만 명에 달한다. 쉽게 말해 ‘장보기’ ‘병원 가기’ 힘든 사람들이다.
 
비단 교통의 문제만이 아니다. 먹고사는 일이 걸려 있다고 봐야 한다. 한적한 지역일수록 가까운 곳에 마트와 병원이 없다. 운전이 불가능한 고령자는 더 막막할 것이다. 지방과 지방 주민을 두고 ‘생활 사막’이라든지 ‘쇼핑 난민’ ‘의료 난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태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저출산과 고령화·인구 감소가 근본 원인이다. 최근에는 시골의 ‘빈집’ 문제가 도시 지역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 자료가 나왔다. 전국 13만 채의 ‘빈집’ 가운데 32%가 도시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모인 중심지에서 가장 먼 곳부터 차츰 빈 공간으로 바뀌는 거센 파도가 우리를 덮쳐 오고 있다. 그 추세에서 도시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 문제는 선진국들이 이미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일이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콤팩트시티’ 즉 ‘집약형 도시’였다.
 
인구가 증가하면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올라 사회문제가 된다. 경제발전에 따라 쾌적하고 안락한 주거 환경을 바라는 욕구도 커진다. 선진국들은 기존 도시 외곽에 새로운 주거지를 만드는 것으로 이에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도시는 자꾸 확산되고 팽창했다.
 
‘확장형 도시’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도시가 커지니까 행정과 복지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고 비효율이 생겼다. 출근·쇼핑 등을 위해 시민들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서 자가용 이용이 불가피해지고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이 증가했다. 반면 구도심은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공동화되고 활기를 잃어 갔다. 여기에 인구 감소라는 복병을 만나자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래서 도시 영역을 기존 도심으로 되돌려 축소시키고 도시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이 콤팩트시티다. 이 정책을 도입한 도시들은 새로 판을 짜서 구도심에 공공 주거 상업 기능을 집약시켰다. 도시의 노후된 공간들을 재활용했다. 외곽 주민들이 도심으로 돌아오도록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도시 생활의 혜택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집적 효과에 시민들은 호응했다.
 
실제로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빌리지·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스페인 바르셀로나의 22지구·미국의 몽고메리 카운티 같은 부분적 사례가 나타났고 일본의 도야마·후쿠이는 아예 시 전역을 대상으로 콤팩트시티 구현에 나섰다. 도야마의 경우 2012년 OECD로부터 ‘세계적인 콤팩트시티’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5대 광역시의 핵심지역들에 도시 기능을 집약시키는 방식 등이 필요해 보인다. 광역시 외곽의 다른 거점도시들은 최소 수효로 제한해 같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여전히 ‘성장 신화’에 매달려 있다. 선출직인 탓이 크다. 향후 ‘인구 소멸 지역’이 될 가능성을 지닌 곳의 지자체마저도 산업단지 신도시 등 새로운 거점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인구 감소가 당분간 되돌리기 힘든 대세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지방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들의 또 다른 착각은 과거의 지리적·행정적 관점에 집착하는 것이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경기도 북부·서남부·동부의 낙후된 곳과 ‘잘나가는 도시’들인 성남·용인·화성·평택 사이에는 확연한 격차가 있다. 이들을 충청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활성화된 천안·오창과 묶어 ‘신수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도 서울 나름이다. ‘균형발전’에 대한 새로운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요즘 ‘서울시 김포구’ 논의를 시작으로 ‘메가시티’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메가시티는 기존 시·도의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맞아 통합 운영으로 지방 활성화를 꾀하자는 거버넌스에 관한 문제다. 반면에 콤팩트시티는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현장 차원의 실행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절실함과 현실성 면에서 콤팩트시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급한 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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