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망막변성의 진단 및 치료 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7-17 10:43 조회 511회 댓글 0건본문
기사입력 2023/07/17 [10:01]
본지는 매년 한국망막변성협회(회장 유형곤, 하늘안과)와 공동으로 특집을 마련, 발행하고 있다. 망막변성 환자들의 치료와 관련된 최신 지견 게재는 물론이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 관련 환자들의 삶에 힘이 돼 주기 위해 애써 왔다. 올해가 네 번째다.
올해 특집은 총 6회에 걸쳐 연재 예정으로 늘 그래왔듯이 망막변성 최신 지견을 물론이고 망막변성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 필요성 등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역시 초점을 맞췄다. 특집 주제와 연자는 ▲망막변성 진단과 치료 그리고 사회적 유대(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 회장) ▲황반변성에서 영상 검사 방법(고려의대 오재령 교수) ▲망막변성의 우리나라 환자 특징, 생활습관 차이(연세의대 변석호 교수)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울산의대 이주용 교수) ▲생산성 손실의 여러 관점들(가톨릭의대 지동현 교수) ▲망막변성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 필요성, 개선 제안(한국RP협회 최정남 회장) 등 이다.
1. 망막변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사회적 유대
// 유형곤 회장(한국망막변성협회) / 하늘안과 망막센터장
2. 황반변성에서 영상검사 방법 // 오재령 교수(고려의대)
3. 망막변성 우리나라 환자 특징과 생활습관의 차이 // 변석호 교수(연세의대)
4.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 // 이주용 교수(울산의대)
5. 생산성 손실의 여러 관점들 // 지동현 교수(가톨릭의대)
6. 망막변성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 필요성과 개선 제안 // 최정남 회장(한국RP협회)
06_망막변성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 필요성과 개선 제안 - 최정남 회장
■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실명 진단
“망막색소 변성증입니다.”
2004년 6월경 대형병원 안과 의사는 3-4시간 걸리는 다양한 종류의 안과 검사 끝에 나를 불러놓고 말해준 진단이었다. 그 의사 분은 덧붙여 “조만간 실명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라고 청천 벽력같은 <실명 선고>를 내렸다.
기억하건데, 당시 나이 50세 들어선 어느날 지인들과 골프를 치다가 날아가는 볼이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 증상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차장에 파킹할 때 마다 기둥에 차를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고 특히 시야가 점점 어두어지면서 야간 운전도 매우 불편해져 갔다.
“선생님 내가 왜 실명한다는 겁니까?” 망연자실 내 입에서 나온 질문에 망막 전문의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없는 실명 질환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환자의 진료 순서에 밀려서 나는 쫓기듯 진료실을 나서야 했다. 훗날에서야 나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망막 질환이 유전자 변이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이며,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의사들이 못 고치는 병이 많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원인조차 알 수 없다는 질환이라 하니 치료 방법조차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 실명 질환의 원인 규명과 분자학적 진단
그러던 차에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유전성 망막 질환의 원인 유전자 탐색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였다. 당시 우리 단체와 같은 미국 실명퇴치 재단이 RetNet 사이트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유전성 망막 질환 (iRD)에서 그 시절에도 이미 100여 종류의 변이 유전자를 밝혀낸 상태였다. 이들 중에 망막색소변성증과 관련된 변이 유전자는 32개가 규명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연한 기회에 환우 협회 단체장을 맡게 되면서, 국내 치료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명의 원인을 밝히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2006년 알피 유전자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국립유전체 센터장과의 협력으로 우리는 국회로부터 예산을 배정받게 되었고, 서울대 안과 유형곤 교수 주도로 2008년 부터 유전자 검사 연구 사업을 국내 최초로 시작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 따라 2017년부터 희귀질환 중에서 최초로 망막색소변성증 질환의 유전자 검사가 의료 보험을 적용받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지난해까지 국제적으로 유전성 망막 질환 (iRD)에서 약 330개의 변이 유전자가 밝혀지게 되었는데, 이는 전체 변이 유전자 중 65%에 해당한다. 한편 미국 실명퇴치 재단은 4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여 새로운 변이 유전자를 규명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안에 대부분의 원인 유전자들이 밝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유전자 검사의 진단율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야 비로소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 질환” 이 세포 차원에서 원인을 밝혀줄 수 있게 되었고 질환별 분자학적 진단 (Molecular Diagnosis)이 가능케 되었음은 유전체 분석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그동안 유전성 망막 질환이 사회적으로는 유전병 (Inherited) 으로 알려졌기에 환우들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었다. 특히나 결혼 적령기 환우들의 경우 일부가 파혼을 당하거나 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등 질환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에도 시달려 왔다.
최근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되면서 우리 단체는 이 질환을 유전병이라는 주홍글씨 대신에 유전자 질환 (Genetic Disease)으로 새롭게 해석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더불어 출산을 기피하는 환우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안심하고 가족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앞서 파혼을 당한 환우의 경우는 배우자에게 유전자 질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제공함으로서 다시 성혼에 이르게 한 바 있다.
■ 첨단 유전자 치료 시대의 도래
2007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Jean Bennett 교수 연구팀은 RPE65 유전자 변이로 비교적 조기에 실명하는 LCA와 RP 질환을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Gene Therapy) 임상을 진행하였다.
당시 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Corey Haas 라는 9살된 소년이 치료 후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와 야구를 하는 등 실명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기적같은 임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후 관련 임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마침내 2017년 12월 미국 FDA는 역사상 최초로 유전자 치료 기술로 만들어진 실명 치료제를 승인하였다. 럭스터나라는 상품명으로 시장에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는 이미 학계에 잘 알려지다시피 AAV 라는 바이러스 벡타를 사용하고 있다.
이같이 안과 질환에서 최초로 개발된 유전자 치료 기술은 이후 척수성 근위축증 (변이 유전자 SMN1)을 대상으로 ‘졸겐스마’라는 희귀 질환의 치료제를 탄생시켰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인류가 그동안 정복하지 못한 상당 수의 희귀 난치성 질환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치료제들을 개발하는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망막색소 변성증과 일부 황반변성 질환과 관련된 유전성 망막 질환(iRD)의 경우, 모계 유전형 RPGR 변이 유전자 치료 임상을 포함하여 약 22 종류의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에 돌입하였고 6 종류의 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Cell based Therapy)들이 그리고 10 여 종류에 이르는 소분자 구조 약물, Protein, AON 등 기타 다양한 치료제들도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실명퇴치 재단 2021년 자료 인용
■ 정밀 의학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미래는 정밀 (Precision) 의학 시대라고들 말한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 환우들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 환경과 습관, 그리고 병력(Natural History)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 환우들의 질환을 예측 (Prediction)하고 2) 질환의 진행을 예방 (Prevention) 하며 3) 이를 위해서는 환우들의 자발적인 참여 (Participation)를 권고하고 4) 그 결과로 환우 개인별 맞춤형 (Personalization) 치료 대책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하여야 한다.
이처럼 4P로 축약되는 일련의 의학 패러다임의 혁신이야말로 수백 종류의 변이 유전자로 발병하는 유전성 실명 환우들에게 시급히 적용해야 할 필수적 과제이다. 그동안 유전적 원인도 다양하고 진단도 매우 복잡한 (Complex and Heterogenous) 망막 질환이기에 자칫 불치 질환의 임시 휴지통에 통째로 담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유전자 치료을 포함한 댜종의 기술들과 관련되어 다양한 임상에 돌입하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라도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환자 중심“의 의학적 개념에 따른 사회적 인식이 모아져야 할 때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을 실현시키는 데 현재의 국내 의료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Patients Advocacy (환자 옹호자)로서의 민간 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보강해 나아간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극복될 것으로 생각된다.
■ 천문학적인 치료 비용과 신약 접근성
최근에 시장에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들은 희귀 질환의 맞춤형 치료제에 해당되어 10~3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초고가 약에 속한다. 이는 변이 유전자 별로 환자 수가 극히 적고 첨단 기술에 따른 투자 비용을 감안해서 책정된 치료 비용이라 하겠다. 그런데 2017년도 국회에서 제정된 희귀질환법에 따르면, 치료비의 90%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출시되어 시장에 나오는 초고가 유전자 치료 비용은 장차 정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최근 2년 안에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척수성 근위축증(SMA)의 유전자 치료제는 그 위증성과 급박성이 감안되어 치료 비용이 20억원을 초과하지만 보험 급여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실명 질환의 경우에는 생활이 불편할 뿐 위증한 질환이 아니라 하여 1년 반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급여 심사가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100 여명의 환우들과 함께 참석한 국회 정책 간담회에서 우리 협회는 시각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시키고 한창 나이에 실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오히려 국가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실명 질환을 대상으로 첨단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청년기 부터 많은 수의 환자들이 실명으로 인해 양질의 노동력을 상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노인층의 증가로 시각 장애에 따른 복지 부담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환기 시킨 바 있다.
일례로 2017년도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시각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340억 달러 (170조원)이며 이중 의료비, 요양 및 활동 보조비 등 직접 비용이 987억 달러이고 노동력 손실에 따른 간접 비용이 53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미국 민간 단체로서 ‘럭스터나’ 개발에 천만 달러를 지원했던 실명퇴치 재단은 다양한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목적으로 10억 달러의 (한화 1.3조원) 국채 발행을 위한 법안을 미국 하원에 제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시각 장애로 인한 사회적 편견 뿐만 아니라 이로 야기되는 경제적 손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록 실명 질환이라 할지라도, 치료제가 개발될 때 마다 신약의 조속한 승인과 보험 급여 등재 등을 통해 치료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임을 우리는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 보험과 같은 한정적인 재원으로는 지금의 천문학적 치료 비용에 대응하여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 인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국내의 값싸고 질좋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 산업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럭스터나와 같이 외부로부터 접근이 쉽고, 면역 반응이 비교적 온순한 안과 질환의 연구와 치료 기술 개발이 한국 의료 산업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단체도 미국 실명퇴치 재단처럼 이러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Lab 단계에서 국내 유망한 기술을 발굴하고 치료제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환우들이 나서서 펀드를 조성하는 TRAP (Translational Research Accelerating Program) 프로그램을 추진 중에 있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예정이다.
■ 시각 장애의 눈으로 이 글을 마치면서
실명을 선고받은 지 20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내 눈은 치료받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력이 사라져 갔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언론사 원고를 쓰는데 몇 시간 이면 충분 했는데 이 원고를 마치는데 까지 여러 날이 걸렸다. 특히 힘든 것이 컴퓨터 보드 판이 보이지 않아서 오타가 많아졌고, 이 오타를 지우기 위해 깜박이는 커서를 찾아 헤매는 시간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2016년 유전자 검사 결과 나는 CNGB1 유전자 변이로 실명되는 망막색소 변성증으로 밝혀졌다. 엑솜 끝자락에 있는 스프라이싱 구역에서 homozygous 형태로 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우리 망막에는 시각을 만드는 광수용체 세포가 있다. 이 세포막에는 이온이 들락거리는 수많은 문이 있는데 빛이 들어오면 생화학적 연쇄 반응으로 이 문이 닫히게 된다. 이 때문에 세포막 안팎으로 전압차가 생기면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면 이것이 시각이다.
관련 유전자는 4개로 된 문짝 이름 (Channel Gate) 에서 유래된 듯 하다. 결국 시세포에 문짝이 하나가 손상되어 나는 시각 장애로 발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시간 대학에서 관련 유전자를 타깃으로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동물 시험을 통해 성공적인 효능이 발표된 바 있어, 조만간 임상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있다.
이제 소경이 눈을 뜨는 성서의 기적이 우리 눈 앞에 다가왔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좁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밝은 세상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료진들이 환자 중심으로 동행해 줄 때에서야 그 좁은 문은 활짝 열릴 수 있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유전성 망막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을 과학자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