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뉴스 "마음이 제일 크게 멍들어"…웃고 싶은 학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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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6-19 10:53 조회 533회 댓글 0건본문
등록 2023.06.16 13:00:00수정 2023.06.16 20:19:01
지난 해 노인 학대 건수 2만 건 육박
노-노 학대 비율 42.2%…전년 比 4.7%↑
"사랑하는 사람의 학대…상처 상당해"
"곪아 죽기 전 제대로 된 정책 필요"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지난 한 해 전국 37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학대는 1만9552건으로 전년(1만9391건)보다 0.8% 증가했다. 이 중 학대로 판정된 것은 6807건(34.8%)이었다. 사진은 지난해 5월6일 한 노인이 앉아있는 모습. 2022.05.06.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어르신. 저희랑 상담하신 거 잊지 마시고, 여성 어르신분에게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마시고, 사랑해 주세요. 저희 많이 다짐했죠?"
노인학대 예방의 날인 지난 15일 서울 금천구의 한 가정집.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소속 사회복지사 이소이씨가 박모(73)씨에게 당부했다. 박씨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술에 취해 아내 최모(73)씨를 폭행했다. 최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노인보호기관과 연결됐다.
이날은 신고 이후 8개월에 걸친 '사례 관리'가 종결되는 날이었다. 이 기간 노인보호기관사람들은 한 주에도 여러 번 이들 부부의 집을 찾았다고 한다.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안전 모니터링 및 요청 시 현장 방문 등의 사후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내 몸만 다친 게 아니라 마음도 크게 멍들었었다"는 최씨는 학대 행위 재발 시 즉각 신고가 가능한 AI(인공지능) 기기 설치를 마친 기관 사람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부부가 나란히 앉기까지 이들의 도움이 컸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아유 이 사람이 술도 많이 안 먹으려고 하고, 산책도 같이 나가고 많이 좋아졌어요.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그래요."
최씨는 "그저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숨기기만 하지 말고 진즉 도움을 받을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며 "누가 뭐래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기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는 학대 받는 노인들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보건복지부(복지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2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건수는 1만9552건으로 전년대비(1만9391건) 0.8% 증가했다. 이 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6807건(34.8%)였다. (사진제공=복지부)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건복지부가 전날 발표한 '2022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 37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학대는 1만9552건으로 전년(1만9391건)보다 0.8% 증가했다. 이 중 학대로 판정된 것은 6807건(34.8%)이었다.
최씨 부부의 사례처럼 배우자가 상대방을 학대하는 경우가 잦았다. 노(老)-노(老) 학대 비율은 42.2%로 전년 대비 4.7%포인트(p)나 늘었다. 학대 행위자 가운데 배우자(2615건)가 34.9%로 가장 많았다.
신고 학대 건수에 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전국 37개에 그치는 등 턱없이 부족한 탓에 상담사들의 하루는 정신 없이 흘러간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가며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식이다. 하지만 자주 한계를 마주한다.
사회복지사 이민호(28)씨는 "노인학대 피해 신고가 많아지는데, 기관·직원 수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때로는 밥 때를 놓치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학대피해노인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하고, 신체적·정신적 치료 및 법률 자문,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쉼터도 전국에 20개에 그친다고 한다. 서울 권역에도 한 곳뿐이다. 인력과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미정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가정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노인학대 범죄는 그 상처가 상당하다"며 "학대 노인들이 상처가 곪아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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