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80대 노인의 기저귀를 갈다 고관절을 부러뜨리는 사고가 났습니다.

요양원 측은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인지하고, 노인이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흘 동안이나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요양보호사가 기저귀를 갈기 위해 누워 있는 노인의 자리를 들춰보더니 상체를 90도까지 일으켜 세웁니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가 노인의 어깨를 누르자, 상체가 무릎에 닿을 듯 앞으로 꺾입니다.

2분 간 이어진 급작스러운 체위 변경을 버티지 못하고 89살 노인의 고관절은 결국 부러졌습니다.

[권기상/피해 노인 아들 : "진짜 황당했죠. 어머니가 움직일 수 있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구축(관절 질환)이 온 노인을 케어한다고 허리를 굽히고 그렇게 하면 당연히 사고가 나겠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원 입소자 관리 지침을 보면, 기저귀를 갈 때는 몸을 옆으로 돌려 눕혀 헌 기저귀를 빼내고 새 기저귀를 채워야 합니다.

몸을 급하게 일으켜 세운 것을 가족들이 문제 제기한 이유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후 조치였습니다.

사고 발생일 작성된 관찰 일지에는 기저귀 교체 중 소리가 났고, 아침부터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고 돼 있지만, 가족 통보나 병원 인계는 56시간 뒤인 지난 2일에야 이뤄졌습니다.

뒤늦게 긴급수술이 이뤄졌지만, 예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들은 이 같은 행위들이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담당 구청에 신고했습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은 저희가 접수받고 조사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결론 나기까진 시간이 조금 필요한…."]

요양원 측은 해당 요양보호사들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대가 아닌 사고였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가족 측은 해당 요양보호사들을 학대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1차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