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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박광희 칼럼> 간병 살인 - 누리백경(百景)(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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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6-09 10:36 조회 5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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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9 09:58

지난 5월 하순. 멀리 하얀 등대가 외로이 홀로 서 있는 인천 월미도 바닷가 방파제.

불덩어리 같은 시뻘건 해가 바닷속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휠체어를 밀고 와 우두커니 서서는 한동안 그 모습을 넋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 60대 A씨는 암투병 중인 아내에게 연애시절 함께 자주 왔었던 인천 월미도 바닷가로 바람 쐬러 가자고 제안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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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15년간 암투병 중인 아내를 간병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가 눅진하게 지쳐 있었다. 그런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아내에게 뇌경색이 겹쳐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하는 처지가 됐다.

도저히 이대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탄 음료를 아내에게 건넸다. 그리고, 아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자신도 수면제 한 움큼을 입속에 털어 넣고, 아내의 휠체어를 번쩍 들어 올려 비탈진 방파제 아래에 내려놓았다.

스르르 바닷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휠체어를 따라 A씨도 성큼성큼 바닷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A씨의 ‘간병 살인’은 그렇게 끝이 났다.

# A씨의 경우처럼 ‘간병 살인’의 가해자는, 절반이 가족이다. 환자 치료비와 생활고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오랜 시간 분노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오는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으로 살인과 극단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6~2018년 13년간의 정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병 살인’ 사망자는 총 213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53.5%) 사망자 114명의 가해자는 모두 가족이었다. 특히, 돌봄 환자 보호자의 경우, 자신만 혼자 극단선택을 하거나, 돌봄 환자와 동반해서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89명이었다.

# ‘간병 살인’ 범행의 주요 동기를 보면, 1.경제적 어려움(48%) 2.순간적 격정, 분노(38.9%) 3.장기간의 간병 스트레스(38%) 4.난폭한 치매증세(32.4%) 5.자신의 처지 비관(24.1%) 6.다른 가족 부담완화(20.4%) 7.동반 자살 시도(20.4%) 8.환자고통 줄임(13%) 9.가정불화(13%)였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간병 살인’ 피해건수 108건 중 절반 이상(53.7%)이, 오랜 시간 동안의 간병과 가족의 돌봄이 요구되는 노인성 질환인 ‘치매환자’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언론에서 처음으로 ‘간병 살인’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아직도 이해와 개념정리가 부족한 편이다.

특히, ‘간병’을 사회적인 노인복지 문제의 하나가 아니라, 단순히 가족간의 부양문제로만 치부하기 일쑤인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간병 살인’을 ‘가족을 죽인 살인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나게 하는 법률적 지원체계의 마련도 절실하다. 수십 년 간병의 무게와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간병 살인’을 하는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출처 : 농촌여성신문(https://www.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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