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요양보호사 관리 없인 제2의 간호법 사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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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5-30 12:54 조회 530회 댓글 0건본문
- 입력 2023.05.21 05:00
지난해 11월 23일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돌봄노동자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길게 이어지던 간호법 입법 논란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락됐다. 대통령실이 양곡법에 이어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연달아 행사하며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긴 했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야 간호법 갈등이 의사와 간호사 간의 자존심 싸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케어의 주도권을 둘러싼 복합적 패권 다툼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번 간호법 갈등 과정에서 커뮤니티케어의 또 다른 주체 중 하나인 요양보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문제다. 그 탓에 요양보호사 단체도 의사협회와 손을 잡고 간호법 저지 연대체를 꾸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선 커뮤니티케어와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형적인 한국의 요양제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의료는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 동네의원은 물론 한의원이나 치과 같은 곳도 모두 의료기관의 일종이다. 특히나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별다른 선택지 없이 입원 병상을 갖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비교적 단기에 종료되지 않는 환자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침입해서 생기는 감염이나 대형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 같은 상태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인체의 자연스러운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노환(老患)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퇴원시키자니 노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이 어려워 일상생활을 영위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소위 장기요양(long-term care)이 필요한 환자군들이 생겨난 것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서방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두 방향으로 풀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을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준(准)의료기관인 요양원(nursing home)에 환자들을 입소시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가 본인의 집에서 요양하되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력의 정기방문이나 요양을 전담으로 하는 간병인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이 중에서 후자를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기관이나 시설에 입소시키는 게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제공하자는 의미다.
이러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시설은 기본적으로 입소 혹은 입원이 필수적이니, 그 공간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이 공간을 환자의 자가로 대체하니 비용이 절감된다.
두 번째는 환자가 임종의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비교적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설에 입소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평소 생활하던 집에서 본인이 원하는 생활 방식대로 삶을 구성할 수 있으니 개인의 만족도 차원에서도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전문적인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보다는 요양의 질이나 의료적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요양 서비스를 독특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제한적인 의료인력이 상주하는 요양원이 아닌 전문적인 의료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켜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병원’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다. 그렇다 보니 건강보험재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고령화로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급증하자 건보재정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자명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사회보험이 만들어졌으니, 그게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데이케어센터나 방문요양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보험재정을 이용해서 진행되는 것인데 여기에 가족 요양보호사가 끼어들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호사 등의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 요양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한 다음 그 돈을 보험공단에 청구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에 의한 돌봄이 훨씬 많았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자격 취득이 쉬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보험공단에 금액을 청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족요양 형태로 지출된 금액이 2021년에만 약 1조4000억원이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실제로 가족에게 제대로 된 돌봄이나 간병이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요양을 받는 경우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손질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문제적 상황에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문제가 겹치면서 보건복지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장기요양 환자들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형태로 전환하려는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만이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구성해서 장기요양 통합 재가(在家)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주도권을 잡고자 첫발을 내디딘 게 바로 이번에 논란이 됐던 간호법이다. 정치적 쟁점화는 정작 엉뚱한 조문들을 두고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간호사의 활동 영역을 의료기관만이 아닌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부분에 있었다. 이 부분을 인지했기에 커뮤니티케어 관련 단체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그런데 간호법과 별개로 관련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요양보호사가 훨씬 많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부족한 요양보호사, 돌봄 인력 공백 유발
현재 국내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150만명에 달한다. 비교적 단기간의 교육만 거치면 되는 데다 최근 10년간 합격률이 90% 정도에 달해 자격 취득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아서다. 문제는 그 인원 중 실제로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인 사람이 고작 6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2022년 기준 60대와 70대 이상인 사람이 전체의 62.3%를 차지하는 상태니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상황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대략 10만명가량은 본인 가족만 돌보는 가족 요양보호사니 전국에 있는 모든 요양 대상자를 고작 50만명 남짓한 사람들이 돌봐야 하는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요양보호사에게도 합당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환자 여러 명을 종일 돌보며 대소변을 받아내는 궂은일을 하는데도 받는 금액은 월 24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이 비용을 높이려면 요양보호사 1명당 돌보는 환자 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돌봄의 질은 나빠지고 노인 학대와 같은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묵묵하게 일을 해내고 있지만, 돌봄에서 본인들이 받는 몫이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이 누적되면 간호법과 같은 독립 시도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도 다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간호법 논란을 계기로 관련 직역들의 처우 개선을 선제적으로 해두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법이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길게 이어지던 간호법 입법 논란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락됐다. 대통령실이 양곡법에 이어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연달아 행사하며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긴 했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야 간호법 갈등이 의사와 간호사 간의 자존심 싸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병원 밖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케어의 주도권을 둘러싼 복합적 패권 다툼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번 간호법 갈등 과정에서 커뮤니티케어의 또 다른 주체 중 하나인 요양보호사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문제다. 그 탓에 요양보호사 단체도 의사협회와 손을 잡고 간호법 저지 연대체를 꾸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선 커뮤니티케어와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형적인 한국의 요양제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의료는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 동네의원은 물론 한의원이나 치과 같은 곳도 모두 의료기관의 일종이다. 특히나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별다른 선택지 없이 입원 병상을 갖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비교적 단기에 종료되지 않는 환자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침입해서 생기는 감염이나 대형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 같은 상태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인체의 자연스러운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노환(老患)은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퇴원시키자니 노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이 어려워 일상생활을 영위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소위 장기요양(long-term care)이 필요한 환자군들이 생겨난 것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서방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두 방향으로 풀었다. 하나는 일반적인 의료기관이 아닌 요양을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준(准)의료기관인 요양원(nursing home)에 환자들을 입소시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가 본인의 집에서 요양하되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력의 정기방문이나 요양을 전담으로 하는 간병인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이 중에서 후자를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고 부른다. 특정한 기관이나 시설에 입소시키는 게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제공하자는 의미다.
이러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는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시설은 기본적으로 입소 혹은 입원이 필수적이니, 그 공간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이 공간을 환자의 자가로 대체하니 비용이 절감된다.
두 번째는 환자가 임종의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비교적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설에 입소하는 것과 달리 자신이 평소 생활하던 집에서 본인이 원하는 생활 방식대로 삶을 구성할 수 있으니 개인의 만족도 차원에서도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전문적인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것보다는 요양의 질이나 의료적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나라는 서방 국가들과 달리 요양 서비스를 독특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제한적인 의료인력이 상주하는 요양원이 아닌 전문적인 의료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켜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병원’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이다. 그렇다 보니 건강보험재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고령화로 요양이 필요한 환자가 급증하자 건보재정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자명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사회보험이 만들어졌으니, 그게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데이케어센터나 방문요양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보험재정을 이용해서 진행되는 것인데 여기에 가족 요양보호사가 끼어들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호사 등의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이 요양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한 다음 그 돈을 보험공단에 청구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에 의한 돌봄이 훨씬 많았고 이들이 상대적으로 자격 취득이 쉬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보험공단에 금액을 청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족요양 형태로 지출된 금액이 2021년에만 약 1조4000억원이다.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실제로 가족에게 제대로 된 돌봄이나 간병이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요양을 받는 경우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손질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문제적 상황에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문제가 겹치면서 보건복지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장기요양 환자들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형태로 전환하려는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만이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구성해서 장기요양 통합 재가(在家)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주도권을 잡고자 첫발을 내디딘 게 바로 이번에 논란이 됐던 간호법이다. 정치적 쟁점화는 정작 엉뚱한 조문들을 두고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간호사의 활동 영역을 의료기관만이 아닌 지역사회로 확장하는 부분에 있었다. 이 부분을 인지했기에 커뮤니티케어 관련 단체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그런데 간호법과 별개로 관련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요양보호사가 훨씬 많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
부족한 요양보호사, 돌봄 인력 공백 유발
현재 국내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150만명에 달한다. 비교적 단기간의 교육만 거치면 되는 데다 최근 10년간 합격률이 90% 정도에 달해 자격 취득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아서다. 문제는 그 인원 중 실제로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인 사람이 고작 6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2022년 기준 60대와 70대 이상인 사람이 전체의 62.3%를 차지하는 상태니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상황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대략 10만명가량은 본인 가족만 돌보는 가족 요양보호사니 전국에 있는 모든 요양 대상자를 고작 50만명 남짓한 사람들이 돌봐야 하는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요양보호사에게도 합당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환자 여러 명을 종일 돌보며 대소변을 받아내는 궂은일을 하는데도 받는 금액은 월 24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이 비용을 높이려면 요양보호사 1명당 돌보는 환자 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돌봄의 질은 나빠지고 노인 학대와 같은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묵묵하게 일을 해내고 있지만, 돌봄에서 본인들이 받는 몫이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이 누적되면 간호법과 같은 독립 시도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도 다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간호법 논란을 계기로 관련 직역들의 처우 개선을 선제적으로 해두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법이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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