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6-07 11:21:46 수정 2023-06-07 22:21:50 

요양원 인근 지주 4일부터 하루 8시간씩 상여가 등 틀어…경찰 경범죄 경고 철수 반복
의료계 등 "지속 노출 시 위험한 상황 올 것, 노인학대·노인복지법 위반 당장 중지시켜야" 

6일 상여가와 곡소리가 나오는 스피커가 설치된 지점에서 촬영한 상주시의 한 노인요양시설. 직선 50m 거리다. 고도현 기자 

상여가와 곡소리가 나오는 스피커가 설치된 상주시의 한 노인요양시설 앞 호두나무. 원안에 스피커 2개가 보인다. 

스피커는 노인요양시설을 향하고 있다. 고도현 기자 

경북 상주의 한 노인요양시설 인근에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상여가 등으로 시설 입소 노인, 직원 등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7일 요양시설 등에 따르면 이는 요양시설에서 직선거리 5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2개의 스피커를 통해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재까지 매일 8시간씩 반복되고 있다.

이는 요양원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1천500㎡의 밭 등을 소유한 A씨가 자신의 땅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상여가, 곡소리 등을 틀고 있는 것.

A씨는 땅 경계 문제로 요양원과 다툼이 일자 자신의 땅을 요양원이 사줄 것을 요구했고 요양원 측도 이를 수용했으나 이 땅은 농업인이 아니면 매입할 수 없는 농업진흥지구 내 밭 등이어서 상주시가 불허 결정을 내리자 이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요양원 입소 노인 등은 물론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주변인들까지 시끄러운 상여가 등에 괴로워하고 있다. 6일 오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상여가 소리가 크게 울렸고, 요양원은 창문을 다 닫았지만 소리를 막지 못했다.

인근 주민 김모(62) 씨는 귀마개를 한 채 밭일을 하며 "좋은 노랫소리도 아니고, 매일 곡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괴롭고 엄청난 스트레스다"고 했다.

특히 요양원에는 101세에서 73세까지 모두 76명의 노인이 요양보호를 받고 있고 직원 47명이 매일 2교대 하면서 간병활동을 하고 있다.

요양원 입소 노인은 "우리 보고 얼른 죽어란 말이냐"며 "두통을 느끼고 있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경찰 등에서는 뚜렷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등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도 사유지에 설치된 시설을 철거할 수 없어 소란행위 등 경범죄 처벌을 경고하고는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더 지속되면 요양원 입소 노인 등이 삶의 의욕상실과 스트레스 및 공포감 누적 등으로 심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직간접적인 노인정서 학대 행위로 보고 노인복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을 적극 검토해 즉시 중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들 문제는 요양원 측이 해결해야 할 것이다"면서 "(상여가 등을 트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연은 있지만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