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뉴스 NO老케어 ① 죽어야 끝나는 가족 요양···"나 아니면 누가 돌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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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6-08 11:05 조회 541회 댓글 0건본문
- 입력 2023.03.08 11:00
끊어낼 수 없는 굴레 '노노케어'
돌봄 사각지대 존속 살인 속출
체력·경제력 한계에 희망 잃어
앞으로 2년 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가 된다. 한국인 5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마저 0.78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새로 태어나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노인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노인이 병 들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노(老老)케어' 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도 노노케어 홍역을 앓고 있다.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개호(돌봄) 살인'이 속출한다. 우리도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여성경제신문이 계묘년 신년기획으로 이미 시작된 노노케어의 현장을 조명하고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①죽어야 끝나는 가족 요양···"나 아니면 누가 돌보나"
②경증은 시설, 최중증 치매 노인은 집에서···요양시설 딜레마
③노인요양등급제를 폐지하라···현장 종사자의 눈물
④"유치원 옆에 요양원 설치하라"···청년·노인 정책 함께 봐야
①죽어야 끝나는 가족 요양···"나 아니면 누가 돌보나"
②경증은 시설, 최중증 치매 노인은 집에서···요양시설 딜레마
③노인요양등급제를 폐지하라···현장 종사자의 눈물
④"유치원 옆에 요양원 설치하라"···청년·노인 정책 함께 봐야
병든 아내를 돌보다 자신마저 암에 걸린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장소. /여성경제신문
죽음이 눈앞에 보인다. 내 나이 여든다섯. 대장암 말기다. 안 좋은 일은 왜 한번에 몰려올까. 아내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누워있다. 화목했던 우리 부부의 말로는 이렇게 저물어 간다. 몸이 썩어가는데도 아내를 돌봤다. 노인 시설이니 방문요양서비스니 다 시도해 봤다. 아내는 손사래를 친다. 고려장 보내지 말란다. 웃음소리 가득했던 집안엔 이제 신음이 울려 퍼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듣기 싫었던 말을 기어코 아내가 내뱉는다. "여보 나 그냥 보내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군청 공무원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 놓친 아이들 자라온 모습을 뒤로하고 퇴직 후엔 손주들 재롱 보는 낙으로 살았다. 아내와 다짐했다. 인생 2막 행복하게 살자고 고운 손 잡고 맹세했다.
결국 그 손으로 아내의 목을 눌렀다. 고통스러울까 붕대를 목에 둘렀다. 삭흔도 거의 남지 않았다. 반평생 함께 걸어온 그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이제 내 차례. 욕실 안에 노끈이 보인다. 목을 맸다. 빨리 아내 따라가야 하는데 도통 조여지지 않는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끈은 끊어졌고 나는 살았다. 안 된다. 손목을 그었다.
순간 나도 무서웠던 걸까.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일 저질렀다. 네 엄마 보냈다. 나도 가려는데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려거든 집에 오든지 해라."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아들 목소리가 들렸다.
올해 2월 전주에서 80대 노인이 병든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급히 달려온 아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아내는 사망했고 남편은 살아남았다. 여성경제신문은 경찰 관계자와 현장 취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현장을 찾았다. 담 너머로 부부가 살던 집 작은 마당이 보였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았던 집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리가 안 된 작은 밭에는 시든 나물이 엉켜 있었다. 굳게 닫힌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엔 병을 앓던 부인을 위해 설치해 둔 침대와 그 옆으로 각종 의료기기가 보였다. 아내의 침대 옆엔 남편의 작은 침대도 보였다.
부부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객지에서 생활해 매번 부모님을 신경 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지는 유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유족의 거절에 발길을 돌렸다.
사건을 담당한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사정을 들어보고 불구속 수사를 명령했다. 현재 남편분은 말기 암까지 겹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고, 의사는 길어봤자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했다"며 "소식을 들은 경찰들도 다들 가슴이 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들 중 한 명은 의정부에 사는데 생업도 있는데다 거리가 멀어 매번 부모님을 찾기 어려웠었다고 했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매번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노인이 많은 지방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다들 쉬쉬해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방에선 이미 노노케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장성한 자녀는 생업 때문에 도시로 갈 수밖에 없다. 지방엔 요양시설도 변변치 않다 보니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여기다 요양시설로 가는 건 '고려장'이라는 노인 세대의 고정관념도 노노케어의 위험성을 키운다.
죽음이 눈앞에 보인다. 내 나이 여든다섯. 대장암 말기다. 안 좋은 일은 왜 한번에 몰려올까. 아내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누워있다. 화목했던 우리 부부의 말로는 이렇게 저물어 간다. 몸이 썩어가는데도 아내를 돌봤다. 노인 시설이니 방문요양서비스니 다 시도해 봤다. 아내는 손사래를 친다. 고려장 보내지 말란다. 웃음소리 가득했던 집안엔 이제 신음이 울려 퍼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듣기 싫었던 말을 기어코 아내가 내뱉는다. "여보 나 그냥 보내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군청 공무원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 놓친 아이들 자라온 모습을 뒤로하고 퇴직 후엔 손주들 재롱 보는 낙으로 살았다. 아내와 다짐했다. 인생 2막 행복하게 살자고 고운 손 잡고 맹세했다.
결국 그 손으로 아내의 목을 눌렀다. 고통스러울까 붕대를 목에 둘렀다. 삭흔도 거의 남지 않았다. 반평생 함께 걸어온 그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이제 내 차례. 욕실 안에 노끈이 보인다. 목을 맸다. 빨리 아내 따라가야 하는데 도통 조여지지 않는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끈은 끊어졌고 나는 살았다. 안 된다. 손목을 그었다.
순간 나도 무서웠던 걸까.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일 저질렀다. 네 엄마 보냈다. 나도 가려는데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려거든 집에 오든지 해라."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아들 목소리가 들렸다.
올해 2월 전주에서 80대 노인이 병든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급히 달려온 아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아내는 사망했고 남편은 살아남았다. 여성경제신문은 경찰 관계자와 현장 취재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현장을 찾았다. 담 너머로 부부가 살던 집 작은 마당이 보였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았던 집처럼 보이지 않았다. 관리가 안 된 작은 밭에는 시든 나물이 엉켜 있었다. 굳게 닫힌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엔 병을 앓던 부인을 위해 설치해 둔 침대와 그 옆으로 각종 의료기기가 보였다. 아내의 침대 옆엔 남편의 작은 침대도 보였다.
부부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객지에서 생활해 매번 부모님을 신경 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본지는 유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유족의 거절에 발길을 돌렸다.
사건을 담당한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사정을 들어보고 불구속 수사를 명령했다. 현재 남편분은 말기 암까지 겹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고, 의사는 길어봤자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했다"며 "소식을 들은 경찰들도 다들 가슴이 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들 중 한 명은 의정부에 사는데 생업도 있는데다 거리가 멀어 매번 부모님을 찾기 어려웠었다고 했다"며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매번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노인이 많은 지방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다들 쉬쉬해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방에선 이미 노노케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장성한 자녀는 생업 때문에 도시로 갈 수밖에 없다. 지방엔 요양시설도 변변치 않다 보니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일상이 되고 있다. 여기다 요양시설로 가는 건 '고려장'이라는 노인 세대의 고정관념도 노노케어의 위험성을 키운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보니 체력이나 정신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환자는 대부분 누워있는 경우가 많다"며 "간병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일이 밥을 먹을 때나 기저귀를 갈 때 환자의 몸 상태를 바꾸는 일이다. 어르신의 경우 체중이 많게는 80kg까지 나가는데 돌보는 사람마저 노인이라면, 이 체중을 감당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손목이나 허리에 무리도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생활고도 크게 작용한다. 2020년 한국치매협회 및 뇌질환환우모임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25명의 환자 가족 간병인 중 절반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의·식·주 해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월 최소 생활비로 부부는 199만원, 개인은 124만원을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부가 건강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다른 한 명이 병에 걸렸을 때 지출되는 최소 생활비는 평균 생활비 적정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생활고도 크게 작용한다. 2020년 한국치매협회 및 뇌질환환우모임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25명의 환자 가족 간병인 중 절반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의·식·주 해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월 최소 생활비로 부부는 199만원, 개인은 124만원을 꼽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부가 건강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다른 한 명이 병에 걸렸을 때 지출되는 최소 생활비는 평균 생활비 적정선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연령대별 평균 생활비 /통계청,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은 월평균 약 28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남겨야 하는 액수다.
여기다 간병 기간도 길다. 통계청이 201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몸 아픈 채로 지내는 기간이 평균 18년. 예를 들어 70세에 발병을 하면 88세까지 한 달 28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며 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전체 노인의 72.6%다.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다 보니 존속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해진다. 교육부가 실시한 '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8년 가족을 살해한 간병살인은 114건. 드러나지 않은 간병살인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은희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존속 범죄 피의자는 3468명으로 5년간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노노케어로 인한 범죄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의정부에서 인공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고 있는 김주명 씨(84). 83세인 그의 아내는 치매까지 앓고 있다. 아내는 요양등급 2등급 판정자다. 2등급은 요양거주시설 입소 대상자이지만, 김씨는 "아내가 시설 입소를 강하게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돌보고 있다"고 했다.
가족 간병 6개월 차인 김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는 "나를 위해서 청춘을 바친 여잔데, 지금 늙은 모습을 보니까 너무 안쓰럽다"면서 "노래방을 운영하다 이마저도 접고 아내 간병에 매달리고 있다. 화장실도 못가 실내 변기를 설치했다. 인분을 집에서 매번 치워야 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내의 병원비와 약값을 포함해 한 달에 약 2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소득은 이씨가 직접 가족 요양보호사를 취득해 받는 60만원뿐이다. 김씨는 "살 만큼 살았는데, 내가 죽으면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같이 먹으려고 농약을 사놨다"며 "자식들이 충격받을까 봐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본서도 간병 살인 월 3건 이상
갖가지 대책에도 해법 없어 고민
이웃 일본의 경우 간병살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사회 이슈가 됐다. 보건복지부 격인 일본의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간병살인은 연간 평균 4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매월 3건 이상 1~2주에 한번씩 간병살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중 33.5%가 남편이 아내를, 32.8%가 자식이 부모를 살해했다. 2016년 기준 일본에선 간병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있는 세대 가운데 주 간병인도 65세 이상인 세대가 55%에 달했다.
가족이 직접 간병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격인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은 지난해 653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약 100만명 늘었다. 그중 간병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진 사람은 340만3000명,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간병과 간호를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늘어가는 간병살인의 대안으로 간병인의 처우 개선을 택했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간병인을 육성해야 돌봄의 질도 나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5년 홈헬퍼, 방문개호원 등 다양한 요양보호사의 명칭을 '개호복지사'로 통일했고 요양보호사 3급을 폐지했다. 국가시험도 도입해 전문적인 요양보호사를 배출하는 데 주력했다.
노인 돌봄의 수요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 돌봄 인력을 육성하는 경제협력협정(EPA) 제도도 도입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이주노동자가 일본에서 일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이들은 일본어 연수와 함께 간호·돌봄 등의 교육을 받으며, 요양시설에서 4년간 근무한 후에는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시험에 응시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 간병 인력 수급에도 사활을 걸었지만, EPA 시행 15년이 지났음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일본 법무성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592명에 불과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일본도 고령화 사회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고민했지만, 여전히 해결을 못 하고 있다"며 "노인 간병을 가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의 역할 속에서 지역사회도 같이 해야 한다. 아직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지 않은 한국은 일본 사례를 본보기 삼아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보건복지부 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은 월평균 약 28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남겨야 하는 액수다.
여기다 간병 기간도 길다. 통계청이 2019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몸 아픈 채로 지내는 기간이 평균 18년. 예를 들어 70세에 발병을 하면 88세까지 한 달 28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하며 병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는 전체 노인의 72.6%다.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다 보니 존속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해진다. 교육부가 실시한 '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2018년 가족을 살해한 간병살인은 114건. 드러나지 않은 간병살인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은희 국민의힘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존속 범죄 피의자는 3468명으로 5년간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노노케어로 인한 범죄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의정부에서 인공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고 있는 김주명 씨(84). 83세인 그의 아내는 치매까지 앓고 있다. 아내는 요양등급 2등급 판정자다. 2등급은 요양거주시설 입소 대상자이지만, 김씨는 "아내가 시설 입소를 강하게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돌보고 있다"고 했다.
가족 간병 6개월 차인 김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는 "나를 위해서 청춘을 바친 여잔데, 지금 늙은 모습을 보니까 너무 안쓰럽다"면서 "노래방을 운영하다 이마저도 접고 아내 간병에 매달리고 있다. 화장실도 못가 실내 변기를 설치했다. 인분을 집에서 매번 치워야 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내의 병원비와 약값을 포함해 한 달에 약 2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소득은 이씨가 직접 가족 요양보호사를 취득해 받는 60만원뿐이다. 김씨는 "살 만큼 살았는데, 내가 죽으면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같이 먹으려고 농약을 사놨다"며 "자식들이 충격받을까 봐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본서도 간병 살인 월 3건 이상
갖가지 대책에도 해법 없어 고민
이웃 일본의 경우 간병살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사회 이슈가 됐다. 보건복지부 격인 일본의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간병살인은 연간 평균 4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매월 3건 이상 1~2주에 한번씩 간병살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중 33.5%가 남편이 아내를, 32.8%가 자식이 부모를 살해했다. 2016년 기준 일본에선 간병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있는 세대 가운데 주 간병인도 65세 이상인 세대가 55%에 달했다.
가족이 직접 간병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격인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은 지난해 653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약 100만명 늘었다. 그중 간병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진 사람은 340만3000명,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간병과 간호를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늘어가는 간병살인의 대안으로 간병인의 처우 개선을 택했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간병인을 육성해야 돌봄의 질도 나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5년 홈헬퍼, 방문개호원 등 다양한 요양보호사의 명칭을 '개호복지사'로 통일했고 요양보호사 3급을 폐지했다. 국가시험도 도입해 전문적인 요양보호사를 배출하는 데 주력했다.
노인 돌봄의 수요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 돌봄 인력을 육성하는 경제협력협정(EPA) 제도도 도입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이주노동자가 일본에서 일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이들은 일본어 연수와 함께 간호·돌봄 등의 교육을 받으며, 요양시설에서 4년간 근무한 후에는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시험에 응시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 간병 인력 수급에도 사활을 걸었지만, EPA 시행 15년이 지났음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일본 법무성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592명에 불과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일본도 고령화 사회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고민했지만, 여전히 해결을 못 하고 있다"며 "노인 간병을 가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의 역할 속에서 지역사회도 같이 해야 한다. 아직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지 않은 한국은 일본 사례를 본보기 삼아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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