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노인 상대사기 범죄가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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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5-04 11:23 조회 566회 댓글 0건본문
[백세칼럼]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강신영
- 입력 2023.05.01 20:10
- 다른 나라 범죄 건수 1위는 '절도'인데 우리나라는 1위가 '사기'란다. OECD 회원 국 중 한국이 사기 범죄 1위로 그것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14세 이상 국민 100명 당 1명꼴로 매년 사기를 당한단다. 이 비율은 그간 코로나 감염률로 각 시도별 집계를 할 때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숫자다. 당시 서울시 신규환자가 1,000명 생겼다고 했을 때 서울 인구가 1,000만 명이니 1/1만 수준이라고 위안 삼았던 것이다.
사기(詐欺)란 못된 꾀로 남을 속여 착오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일정한 의사 표시나 처분 행위를 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사기를 많이 당하지만, 노인들도 사기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은퇴한 후에는 사회적 교류도 뜸해지고 개인적 판단력도 흐려지기 때문에 어수룩한 면이 많다. 그래서 보이스 피싱의 주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상대방의 관상이나 말투만으로도 상대방을 어느 정도 평가하고 판단할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기를 당하거나 새로운 악연을 피하지 못할까?
첫째로,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겪은 수많은 경험과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사람을 판단한다. 악연이었던 사람과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을 만나면 아예 처음부터 경계한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감정을 가졌거나 아직 피해를 당해 보지 않은 타입의 사람을 만나면 경계가 느슨해진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빨리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보면 또 당하거나 악연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상황에 따라 새로 파생되는 타입도 있을 수 있는데 고정 관념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노인들은 외롭다. 자식들이나 친구들이나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섭섭한 마음이 생긴다. 반발심도 생긴다. 그런 때 친절하게 잘 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생각한다. 원래 사기꾼들은 친절하고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혼을 빼 놓는다. 어떤 때는 알면서도 당해준다.
셋째로, 노인들은 건강이 최우선 화두이다. 몸에 좋다면 귀가 번쩍 뜨인다. 어디 안 좋은 곳이 있다면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노인들이 공짜 여행을 갔다가 효과도 검증 안 된 몇 십 만 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을 사들고 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면 만병통치약이 잘 먹힌다.
넷째로, 노인들은 정보에 어둡다.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빈틈이 많다. 그래서 "아는 게 병이다." 라는 말도 있다. 사기꾼들은 그 보다 한 수 위에 있다. 그러므로 당할 수밖에 없다. 마음먹고 노리는 데는 방법이 없다.
다섯째, 노인들은 자아의 가치를 알아 가고 있다. 자신을 위한 투자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판단이 크게 틀려 큰 손해나 낭패를 보지 않는다면 기꺼이 속아줄 용의까지 있는 것이다.
여섯째, 남은 돈을 다 쓰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본인이 고생해서 번 돈이므로 자신을 위해 쓴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옛날처럼 한 집에 살면서 오순도순 정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굳이 상속이나 증여의 뜻이 없어지는 편이다. 갈 때는 어차피 빈손으로 갈 것이므로 붙잡고 있다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곱째, 알면서도 속아 준다. 꿔주면 못 받을 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그럽게 꿔주는 것이다. 돌려주면 다행이고 아닌 경우라도 그 돈이 다른 사람이 아닌 돈 꿔간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걸 알기 때문이다.
여덟째, 연하의 이성에 약하다.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이성에 대한 호감은 잠재되어 있다. 노인이 되면 상대해주는 이성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연하의 이성이 마음먹고 접근해 오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아홉째, 노인들은 내리 사랑의 모성애, 부성애가 있다.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장성해서 독립하고 나면 그만이다. 그 대신 손자 손녀가 생기면 키우던 자식들 때보다 더 애정을 쏟는다. 이런 심성을 노리는 사기꾼이나 과대광고 판매업자를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출처 : 울산신문(https://www.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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