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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5-11 10:48 조회 6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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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 웰에이징(Well-Aging), 웰다잉(Well-Dying)

박명윤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5/11 [08:33] 

<900회를 집필하면서...> 필자는 내자(李幸子)와 함께 봉급 그리고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재산기부(財産寄附)와 재능기부(才能寄附)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2월 회갑을 기념하여 1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것을 필두로 고희와 팔순에 각각 1억원씩 총 3억원을 장학기금, 복지기금 등에 기부했다. 그동안 필자는 건강관련 서적을 10여권 출판하였으나 독자가 책을 구입한 사람들에 한정되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2010년 8월 27일부터 매주 ‘청송건강칼럼’을 집필하여 Facebook 등에 올려 누구나 보도록 하였다. 900회를 집필하면서 그동안 성원해 주신 애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靑松 朴明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웰빙(Well-Being)과 사람답게 늙는 웰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사람답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의 순서를 밟기를 희망한다. 

장수학자들은 85세를 넘기는 사람을 초고령자(超高齡者), 100세는 백수자(百壽者), 105세는 초백수자 그리고 110세는 슈퍼센터네어리언(超長壽人, super- centenarian)이라고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2년 9월 15일 기준으로 만 100세를 넘는 인구가 9만526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보다 열 배가량 많다. 일본인 초장수자도 140여 명이 있다. 장수학자들은 인간의 최대 수명을 115-125세로 본다. 

고령자 중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이에 신체 활동을 끝까지 유지하는 장수가 중요하다. 확실한 건강 장수법은 충분한 수면, 기름진 음식 피하기, 금연(禁煙), 절주(節酒), 규칙적인 운동 등을 실천해야 한다. 이에 자기 수명 내에서 타인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자율적으로 살려면 몸을 부단히 움직여 끈질기게 살아야 한다.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死亡原因)은 암(26.0%), 심장질환(9.9%), 폐렴(7.2%), 뇌혈관질환(7.1%), 자살(4.2%), 당뇨병(2.8%), 알츠하이머병(2.5%), 간 질환(2.2%), 패혈증(2.0%), 고혈압성 질환(2.0%) 등이다. 10대 사인(死因) 중 폐렴, 자살, 패혈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생활습관이 잘못되어 생긴 생활습관병에 속한다. 생활습관의학(Lifestyle Medicine)은 영양, 신체활동,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하여 질병 예방 및 치료를 다루는 의료 전문분야이다.

서양에서 웰빙 열풍이 몰아치자 이를 재조명하여 ‘삶의 질’과 관련지어 정한 개념이 건강수명(健康壽命, Healthy Life Years)이다. 건강수명을 저해하는 정도인 건강수명손실은 삶의 질을 위협하는 각종 건강 위험요소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쓰인다. 건강수명손실은 각종 질병이나 사고, 또는 환경오염 등 위험요소나 건강유해요소들 및 그로 인한 생명단축, 장애 등으로 인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애를 보내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저해가 일어났는지를 기간과 정도를 곱해서 판단하여 계산한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건강수명 산출법은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이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계산법은 ‘건강보정기대수명’이다.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빨리 찾아내 의학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건강수명이 짧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즉, 만성질환을 앓으며 약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한편 국제 표준 건강수명 계산법은 WHO가 사용하는 건강수명 개념인 ‘건강보정기대수명’이다. 여러 보정 공식을 이용해서 질병, 사고 때문에 일상생활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는 시점을 추정하므로, 경증의 만성질환만 걸리더라도 건강치 않은 것으로 분류되는 억울함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인 기대수명(期待壽命, Life Expectancy)은 2012년 80.9세, 2018년 82.7세, 2020년 83.5세이다. ‘유병기간 제외 기대수명’ 방식으로 계산한 건강수명은 2012년 65.7년에서 2018년 64.4년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2020년 66.3년으로 다시 약간 증가되었다. 

한편 WHO 방식대로 계산하면 한국인 건강수명은 5.7년 늘어 통계청 방식과는 달리 상당히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데이터에서는 일본(74.1년), 싱가포르(73.6년)에 이어 우리나라가 73.1년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미국 66.1년, 영국 70.1년, 독일 70.9년, 프랑스 72.1년 등과 비교해 보면 한국인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전남대학병원 강민구 교수(노년내과)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쇠정도(노쇠지수 0.2)에 도달하는 연령이 2010년 71.3세, 2019년 75.0세로 나타났다. 이는 WHO 건강보정기대수명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노쇠지수(frailty index) 0.2면 노화와 만성질환이 어느 정도 겹쳐 있고 걷는 속도가 다소 느려지며, 허리가 약간 굽고 근육이 다소 빠진 상태로 지팡이를 사용해서 걷게 되는 정도이다. 

노쇠(老衰)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노쇠 정도는 병력(病歷), 신체·검체검사,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장애 등 5개 영역 39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한다. 노쇠 정도에 따라 건강한 집단, 노쇠 전 집단, 경증 노쇠 집단, 중증 노쇠 집단 등으로 분류한다. 젊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여 노쇠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60대중반 노쇠가 심하면 10년내 사망 위험이 4.4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웰빙(Well-Being)>은 순우리말로 ‘참살이’라고 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대부분 부(富)를 축적하는 데 소비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물질적 부와 정신 건강의 불균형을 가져와 인간 소외와 우울증, 심한 경우 정신적 공황을 겪기까지 한다. 

<웰빙>은 이러한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물질적 풍요에 비해 정신적 만족도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신적 풍요와 행복, 자기만족이 삶의 중요한 척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원래 웰빙은 미국 중산층이 첨단 문명에 대항해 자연주의, 뉴에이지(New Age)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대안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웰빙을 추구하는 ‘웰빙족’은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뿐 아니라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성취감의 정도, 여가 생활이나 가족 유대, 심리적 안정 등 다양한 요소들을 웰빙의 척도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과 관련한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웰빙 문화가 확산하였다. 

<웰빙>은 음식에 대한 컬러의 개념도 바꾸어 놓았다. 즉 검은색은 식감을 떨어뜨리기에 음식에서 기피하는 색으로 여겼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건강 지향적인 먹거리를 선호하면서 블랙 푸드(black food)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다. 블랙 푸드 바람이 가장 활발한 음료 시장에서는 검은콩이나 검은깨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했다. 검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를 막고 신체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t Russell, 1872-1970)이 1930년에 출간한 ‘행복의 정복’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인 ‘행복’을 가장 명쾌하게 정리한 고전이다. 러셀에 따르면 행복(幸福)은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의 부산물이지, 그 자체를 직접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을 완전히 인식하면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감(幸福感)을 주는 행복이다. 

러셀은 삶의 결과로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 사랑을 향한 마음, 좋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지적 탐구심 등을 제시했다. 나에 대한 지나친 관심, 즉 자기도취를 멈추고 사람과 사물에 따뜻한 관심을 가질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복권 당첨처럼 우연한 행복을 추구할 때가 많지만, 행복은 우리 자신의 노력, 즉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통해 쟁취할 수 있다. 

<웰에이징(Well-Aging)>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aging). 안티에이징(anti-aging)은 노화(老化)를 거부하고 이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개념이지만, <웰에이징>은 신체가 나이 드는 노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한다. 한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는 살면서 34세, 60세, 78세에서 급속히 노화하는 시기를 거친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 다양한 복지제도의 적용 나이는 1981년 이래로 현재까지 65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과반(52.7%)은 노인 기준 연령을 만 70-74세로 인식했으며,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 연령이 2018년 기준 72.3세이다.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참여한 3010명(1957년 이후 출생자)이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장수과학자인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노화는 죽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에 우리는 노화과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당당하게 늙음을 맞이해야 한다. 노랫말(노사연의 바램)에도 “우리는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웰에이징>의 핵심적인 개념은 노화를 적대시하지 않고 변화를 이해하며 일상생활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에 <웰에이징센터>가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2021년 12월에 개소했다. 

<웰에이징>을 위한 건강한 식습관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채소 위주의 식사하기, △해산물을 하루 75g 이상 섭취하기, △고기는 구워 먹기보다는 삶아 먹기, △음식을 천천히 충분한 저작작용 후 먹기 등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근육은 50세 이후부터는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근력(筋力)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protein)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장수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 식단’에서는 올리브 오일을 많이 먹고, ‘그린란드 식단’에서는 생선(오메가3, omega-3)을 많이 먹는다. 박상철 교수는 한국 특유의 장수(長壽) 먹거리로 들깨(오메가3 지방산의 주요 공급원)와 발효식품(김치, 된장, 간장 등)을 꼽는다. 우리는 채소를 데치거나 무쳐 먹는데 이런 조리 과정을 통해 장수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이 들어난다. 

<웰다잉(Well-Dying)>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도 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그러나 사고사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죽느냐는 선택은 할 수 있으므로 인간적 존엄에 찬 죽음인 존엄사(尊嚴死)를 선택해야 한다. 

연명의료(延命醫療, Medical Care for Life Prolongation)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의학적 시술로 치료 효과는 없이 임종 과정만 늘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연명치료’라고도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은 만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임종과정에 직면할 때 더 이상 치료 효과는 없고 임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기록하는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면 담당의사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판단을 받은 후 본인 의사를 확인하고 나서 서류를 바탕으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이 이행된다. 

미국의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mmy Carter, 2014년10월1일生)는 고향에서 생애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면서 죽음을 담담히 맞아들이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 4년(1977-1981) 밖에 되지 않아 이렇다할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혔지만 오히려 퇴임 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 등을 활발히 수행하여 가장 이상적이고 호감이 가는 전직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98세로 미국 역사상 최장수 전직 대통령인 그는 지난 수십 년 누구보다 생산적인 노년을 보냈다. 그는 해비타트(Habitat)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 각종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2002년 노벨평화상(Nobel prize for peace)을 수상했다. 또한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 때 직접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의 담판으로 갈등 해소의 결정적인 물꼬를 텄다. 

하지만 2015년 간암이 발병하여 면역 항암제를 투여하여 완치했으나 다시 피부암이 발병하여 치료를 했다. 암으로 어려움을 겪더니 지금은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피부암)이 재발하여 간과 뇌로 전이된 상태다. 이에 더 이상 병원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가족들과 여생을 보내며 호스피스 케어(완화의료)를 받고 있다. 

완화의료 호스피스(palliative care hospice)란 체계적으로 훈련된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정서·심리사회분야의 사회복지사, 예술치료팀, 자원봉사자, 영적 분야의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인력들이 상황별로 통증과 증상 조절,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해 다학제간으로 이뤄진 팀 차원의 전인적 케어를 말한다. 즉, 암 환자 등 중증 말기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고통을 경감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집중하는 의료서비스다. 

죽음준비교육에서 건전한 유머 감각을 가질 것, 영원한 생명에의 희망을 가질 것, 유언장(遺言狀)이나 비문(碑文)을 미리 써 놓을 것 등을 강조한다. 자신의 장례, 묘지, 장기 또는 시신 기증 등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후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궁극적인 열쇠가 된다. 필자 부부는 지난 1999년 1월에 사후 시신(屍身)을 연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 기증하여 의학교육용으로 사용하기로 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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