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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동아광장/박상준> 나라마저 늙는 건 더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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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5-03 10:16 조회 57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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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입력 2023-04-29 03:00업데이트 2023-04-29 03:00
日고령사회 쓸쓸한 풍경, 한국도 머지않아
노인 건강-부양 문제, 국가 차원 계획 필요
간병로봇 등 요양 비용 줄일 방안 고민해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일본의 수도인 도쿄도에는 23구와 26개의 시가 있다. 23구 중 하나인 신주쿠구에 도청이 위치해 있다. 신주쿠구에서 15년을 살았는데, 좀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서 한 달 전에 26개 시 중 하나로 이사했다. 도심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교통편도 그리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공원이 많아서 쾌적한 곳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자치회라는 것이 있어서 이사 첫날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새집에도 동네에도 아주 만족했다. 그런데 며칠 뒤 퇴근이 늦어서 오후 9시경에 전철역에 도착했는데,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무서워서 혼이 났다. 10여 분 넘게 사람이 없는 길을 나 혼자 걸어야 했다. 겨우 9시였는데 그리고 대단지 아파트가 연이어 있고 그 아파트마다 불은 켜져 있는데, 길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곳은 범죄율이 매우 낮은, 강력범죄가 거의 없는 동네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 밤에는 절대 혼자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동네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오래전 일이다. 버블기에 도심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도심에서 탈출한 인구가 몰려들었고 베드타운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도심의 집값이 떨어지고 직장인이 도심으로 회귀하자 그 동네는 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부모와 은퇴한 노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어날 때 보육원과 초등학교가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다. 공원이 많고 깨끗해서 노인이 살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렇다 보니 낮에는 아이와 노인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밤에는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오후 9시면 아이를 가진 가정에도 80대 노인에게도 나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사람이 없으면 무섭기 때문에 40, 50대도 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가게를 열 일도 없고 연 가게가 없으니 더욱 나갈 일이 없다. 그나마 이 동네는 아이들이 있어서 사정이 낫다. 아이마저 없는 과거의 베드타운에서는 이제 하나둘씩 빈집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사 첫날 나를 따뜻하게 맞아준 자치회 분들도 모두 내 부모님 세대의 노인들이었다.

내 아버지는 여든에도 혈압과 혈당치가 정상일 정도로 무척 건강한 분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아버지는 점점 쇠약해졌고 나는 고통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부유해진 것이 나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30년 가까이 나라로부터 연금을 받았다. 요양보호사 제도도 말년의 아버지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혜택이 없었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나도 언젠가는 내 아버지처럼 80대 노인이 될 것이다. 그때 내가 살 한국의 동네는, 지금 일본에서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보다 더 쓸쓸할 것이다. 그곳에는 어린아이들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것이 힘에 벅차 불평을 늘어놓는 젊은이들을 보며 노쇠한 나는 더 위축될지도 모른다. 나는 꼬박꼬박 연금을 붓고 있지만, 그 곳간이 제대로 지켜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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