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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 요양보호사의 늪 > ⑦ 일본 노인 돌봄 책임지는 10만 '케어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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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15 10:43 조회 6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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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2 17:20
  수정 2023.10.30 09:30

지자체별 거주 노인 특성 맞춤형 복지
케어매니저가 수급자와 요양원 맞춰줘
요양보호사 역할 세분화···전문성 양성

# 한국을 떠나 온 지도 어느덧 60년. 나는 이곳 교토에 터를 잡고 슬하 3명의 자녀도 두었다. 얼마 전 작성한 유서에 '나를 묻거든 머리가 고국을 향해 가도록 해달라'고 자녀들에게 당부 또 당부했다. 이젠 치매 판정까지 받았으니 내 고국도 잊어버릴까 그게 가장 무섭다. 나를 묶어둔 나라 일본은 밉지만, 근래 들어 한 가지 고마운 게 생겼다. 요양원에 들어가려 지자체에 물었다. "어느 요양원에 가야 할까요?" 요양원과 나를 연결해 주고 내 노후 플랜을 짜주는 케어매니저는 "마침 교토에 한국계 노인을 위한 '고향의집'이란 요양원이 있네요. 여기로 안내해 드릴게요." 정겨운 한옥 모양에 점심엔 김치가 나오고 저녁엔 밥상에 곁들인 식혜가 나온다고 한다. 돌아가지는 못할지언정 이곳에서 내 고향 냄새를 맡으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일본 간사이 교토에 거주 중인 96세 할머니.

# 독신 생활을 평생 해 오다 나이가 드니 점점 불안해지더라고요. 가족도 없으니 이제 내 노후는 누가 신경이나 써줄지 하고요. 관절이 좋지 않아 걸을 수조차 없게 된 건 지난해부터였어요. 돌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호돌봄 사전 신청서를 작성하고 하루 뒤, 케어매니저가 집에 찾아왔어요. "어르신은 30대부터 쭉 혼자 사셨네요. 외롭진 않으세요?" 외롭기야 했지만, 너무 오랜 세월 혼자 살아 이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오히려 불편했어요. 내 사정을 설명하니 그는 "마침 사생활도 보장받고 돌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장춘원'이라는 재가 시설이 오사카부에 있네요. 최소 인원 20명만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인데, 자리가 있어요."

—오사카부에 거주 중인 74세 할아버지.

일본 오사카부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입소 노인들. /김현우 기자 
일본 오사카부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입소 노인들. /김현우 기자

요즘엔 100세 시대라고 한다. 일본 인구 중 100세를 넘은 사람은 지난해 기준 9만 2139명에 달한다. 일본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는 전국 평균 73.74명. 그런데 무려 100년을 산 이들의 인생이 모두 같을 수 있을까. 각자 꿈꾸는 노후 그리고 각자 원하는 환경이 다를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화 비율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고령 국민 개개인의 입맛에 맞춰 요양 정책을 짜는 꼼꼼한 나라였다. 여성경제신문이 지난 8월 28일~9월 1일 일본을 방문해 이들의 꼼꼼함을 엿보고 왔다. 

내 고향에서 내 노후를 즐기는 건 당연한 권리

일본 오사카시의회 소속 미야타케 후마츠 의장이 지난달 2일 본지를 만나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본은 어르신들이 살던 지역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어요." 

일본 요양 정책의 주축은 개호보험이다. 이 보험은 2000년 도입했고 한국도 일본의 개호보험을 모체로 장기 요양보험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개호보험은 크게 시설 서비스와 재택 서비스로 나뉜다. 시설 서비스는 입소자가 시설에 입소해 식사, 목욕 등 일상생활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우리의 장기 요양보험 제도의 요양시설에 해당한다. 재택서비스는 방문개호, 통소개호 등이 있다. 방문개호의 경우 가정으로 방문해 식사 제공, 안부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소개호는 집에 있는 어르신이 일정한 기관에 방문하여 재활치료, 식사 제공, 프로그램 등을 제공받는다. 이 경우는 방문요양, 주간 보호 서비스에 해당한다. 

일본 개호보험의 특징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있다. 지역포괄지원센터는 크게 2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먼저 경증 개호보험 대상자의 서비스 조정 기능이다. 지역포괄지원센터 전문가는 경증 개호보험 대상자의 상담을 통해 수급자 개인별 맞춤형 개호보험 서비스를 계획한다. 의료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연계를 통해 대상자의 기능을 개선해 개호보험 등급에서 벗어나거나 대상자가 건강이 악화하여 중증 대상자로 변화되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로 일반 대중의 건강 관리를 통한 예방 기능에 중점을 둔다. 개인 건강보험 대상 노인에게 사전 상담 및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인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통해 어르신들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고, 개인 건강보험 제도 또한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어르신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증진할 수 있다.
일본 교토에 위치한 '고향의집'에서 한 요양보호사가 입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 교토에 위치한 '고향의집'에서 한 요양보호사가 입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현우 기자

10만 케어매니저가 일본 돌봄의 근간

재정은 요양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후로다 겐지 오사카부립대 교수는 "개인 건강보험의 재정 구조도 중요한 쟁점 중 하나"라며 "오사카의 경우 40세 이상의 개인이 의무 가입 대상자다. 이는 40대부터 매년 치매 등 노후에 걸릴 수 있는 질병은 미리 예방해 이들이 요양 서비스를 최대한 이용하지 않게 만들어 요양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의 모든 가입자가 장기 요양보험의 의무 가입자로 포함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가입 대상자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장기 요양보험인 개호보험 이용자 수는 2022년 기준 628만명이다. 한국의 장기 요양보험 제도 이용자 수가 전체 인구의 15%가량인 800만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일본 전체 인구와 한국 전체 인구를 비교하더라도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교토에서 15년째 케어매니저를 하는 요우타 사케이 씨. 그는 케어매니저를 하기 전 간호사로 7년을 근무했다. 하루는 자신이 간호하던 환자가 "내가 자녀가 없으니 당신께 부탁 하나만 하겠다"며 요우타에게 말했다고 한다. 부탁은 이랬다. "내가 죽으면 내 집에 있는 꽃을 가져가 잘 키워 주시오." 실제로 환자가 사망하고 요우타 씨는 환자가 부탁한 꽃을 키우다 케어매니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나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부탁한 꽃을 보고 수많은 어르신이 혼자 노후를 맞이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케어매니저가 되려면 의사 혹은 간호사, 현장에서의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자격이 돼서 곧바로 자격증을 땄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장기 요양보험 제도를 이용하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파견 나온 장기 요양등급 심사위원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요양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을 리 만무한 공무원이 장기 요양 수급 대상자를 평가하고 심사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어떨까. 건보공단 역할을 하는 10만여 명의 케어매니저가 존재한다. 장기 요양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이를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인력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이 인력을 아무나 고용할 수는 없다. 일본은 이런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케어매니저’라는 제도를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 자격은 아래와 같다. 

-환자 수발업무에 5년 이상의 종사 경험이 있는 의사, 간호사 또는 노인(복지시설의 생활지도원, 홈 헬퍼 2급 과정 수료 필요)
-법정 자격소지자는 5년 이상, 그 외 대상자는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 요구
*법정 자격소지자: 사회복지사, 정신보건복지사, 재호복지사, 의사, 치과의사, 약사, 보건사, 조산사, 간호사, 준간호사 자격 소지자


후생노동성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활동 중인 케어매니저 수는 10만여 명으로 실제 자격 취득한 사람 중 33%가 활동 중이다. 이 중 40대의 관련 종사자가 가장 많고, 30, 50대가 그다음을 이루고 있다. 시험을 통한 신규 인력 충원보다는 기존의 관련업종 종사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 만큼, 케어매니저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현재 일본에서 규정하고 있는 케어매니저의 역할은 이렇다. 

① 요 간병·요 지원 안정 이용 상담 후 재택서비스 계획(케어플랜) 작성 및 지원 수급 자격 판별
② 방문 간병 혹은 데일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간병 서비스 사업자 역할 조정 등의 총괄
③ 간병 급부 관리 및 수발요구자 상태변화나 요구조건에 따른 구체적 사항 조율/결정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한 노인 요양 시설에서 케어매니저가 입소 첫날째인 입소자를 대상으로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한 노인 요양 시설에서 케어매니저가 입소 첫날째인 입소자를 대상으로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 현장에서 활동하는 케어매니저와 돌봄 인력들은 유기적으로 수없이 소통하고 수혜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요우타 씨는 "사회의 고령화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호보험 등급 심사 초기부터 업무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일시적 또는 일방적인 정책이나 활동으로 단번에 상황을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등급을 세분화하고 각 수급자의 환경과 특성에 맞게 그 환자의 요양 서비스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증 치매 환자가 중증 치매 환자가 입소해야 하는 시설에 들어가서 누워있게 된다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집에서 가족이 돌보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경력과 업무 형태에 따라 다르게 배정된 요양보호사들

오사카와 교토를 잇는 일본 간사이 지방엔 한국계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구 100명 당 한국인·북한인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전국 평균의 약 3.3배다. 일본 개호보험은 지자체별 특성에 맞게 예산이 분배되어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시엔 한국계 고령층이 많이 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요양 거주시설도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토엔 '고향의집'이라고 하는 한국계 노인을 위한 노인 거주시설이 존재한다. 

일본 교토에 위치한 현지 한국계 일본인을 위한 노인 요양원 고향의집. 왼쪽에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일본 교토에 위치한 현지 한국계 일본인을 위한 노인 요양원 고향의집. 왼쪽에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윤기 고향의집 이사장은 "간사이 지역에 한국계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향의집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인생 황혼기가 되면 고향이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다. 노후에 일본에서라도 한국의 정 그리고 맛을 느끼며 인생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토엔 고향의 집 외에도 총 131곳의 요양시설이 존재한다. 최대 20명만 입소할 수 있는 소규모 1인 시설, 주간엔 업무를 보고 주야엔 시설로 돌아와 잠을 자며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 최중증 치매 노인을 위해 의료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시설까지 세분되어 있다. 

시설의 종류와 설립 목적도 지자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개호복지사(요양보호사)의 업무 또한 세분되어 있다. 개호복지사가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만 거쳐 능력이 입증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향의집에서 본지가 만난 요헤이 가토미 씨(여·32)의 사례를 보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성년자였던 요헤이 씨는 개호복지사를 양성하는 전문학교에서 2년간 2145시간을 공부했다. 남녀 비율도 반반으로 비슷했다고 한다. 교육 내용은 인간의 이해와 사회의 이해 등을 240시간 배우고, 요양 기술에 해당하는 개호과목은 810시간에 현장실습 450시간, 신체와 정신 과목에서는 의학, 심리학 등 405시간, 그 밖에 음악, 체육 등 240시간을 공부했다. 모두 일본 개호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기본 교과 과정을 이수했다. 

물론 일본도 학원에서 140시간 교육받은 사람이 방문요양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지만 요양 현장의 근간이 되는 직종은 2~3년간 개호복지를 공부한 개호복지사다. 올해의 경우 개호복지사 시험에 응시한 사람 중 전문학교 출신은 6225명, 복지계통 고등학교 출신은 3189명으로 합계 9414명이다. 이들이 일본 노인 요양의 앞날을 책임지게 된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정학' 실습 과정 모습. 젊은 남성 인력이 많이 보인다. /김현우 기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개호복지사 양성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정학' 실습 과정 모습. 젊은 남성 인력이 많이 보인다. /김현우 기자

전문성에서 한국과 현저한 차이가 난다. 2145시간 교육받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240시간 교육받은 사람을 요양에 관한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후로다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요양 인력 양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첫째 교육 시간이다. 교육 시간이 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은 전문가 양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도우미를 양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을 돌보는 기술은 전문적인 기술이 아닌 일반적인 돌봄 방법만 익혀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사, 배설 같은 기본요양 기술이나 가사 지원 위주의 교육 내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하는 지식은 배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후로다 교수는 "둘째로는 일본 개호복지사와 한국 요양보호사의 일할 수 있는 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일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은 새로운 인력이 계속 충원되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 간 기술 전수가 잘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라며 "일본 개호복지사가 20살에서 60살까지 일한다면 40년을 일하게 된다. 요양 현장에서 어르신을 상대하는 기술이 전수될 수 있고 최고 책임자가 되어 요양시설 운영의 노하우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병들고 나약해진다. 젊었을 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면서도 "전문성이 없으면 대처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노인학대가 일어날 수 있다. 삶의 질이 윤택하도록 돌봐주기는커녕 오히려 의욕을 꺾는 행위를 하게 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문성이 없는 요양 인력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요양 현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전문가가 없는 공공 요양시설이 신뢰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되기도 어렵다고 본다. 요양의 질을 높이려면 먼저 요양 전문가를 양성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공공 요양시설도 있어야 하지만 전문 인력 양성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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