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뉴스 "자식놈이 내 통장 돈을 다 빼갔어요"…경제적 노인학대 금융착취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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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화영상담원 작성일 20-02-26 13:42 조회 1,944회 댓글 0건본문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 A씨. 간병인에게 전 재산 5000만원을 빼앗겼지만 돈을 도둑맞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는 딸을 대신해 자신을 살뜰하게 챙겨온 간병인에게 “장 볼 때 쓰라”며 통장과 인감을 내어준 게 화근이었다. A씨의 인지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3년 전부터 간병인은 매달 50만~100만원씩 돈을 꺼내갔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딸이 항의했지만 간병인은 “어머니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쓴 돈”이라고 버텼다. A씨의 딸은 “예금주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은행에 민원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 예금거래 약관은 통장과 인감이 있고 비밀번호가 맞으면 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해도 현행 규정상 제동을 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새로운 장수 리스크 ‘금융착취’
김기한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도 미국의 법제화 사례를 참조해 금융착취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80대 여성’이 가장 취약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통계에 따르면 경제적 착취 피해는 연령별로는 80대(23.9%), 성별로는 여성(72.7%)에게서 가장 많다. 가해자는 아들(60.4%), 딸(10.8%), 배우자(9.4%), 가족이 아닌 타인(5.8%) 순이다. 금융착취의 문제점은 피해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이 착취당한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가족이나 지인을 신고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사례는 당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노후 파산’ 중 일부도 금융학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70대 노인의 카드 사용내역에서 백화점 명품 쇼핑, 사업장 국세 납부, 외제차 구입 등이 발견돼 면책(빚 탕감)을 불허한 사례도 있다. 자녀들이 부모 명의의 카드를 쓰고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나이가 많고 수입이 적은 노인들은 면책받기 쉽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구상 중인 금융착취 방지방안은 크게 세 가닥으로 나뉜다. 우선 ‘고령층 착취 의심거래 감시시스템’을 도입한다. 비활성계좌의 거래 재개, 인출액 급증, 주소 변경 등 이상징후를 전산망에서 사전에 잡아내는 방식이다. 미국을 본뜬 ‘거래처리 지연·거절·신고체계’도 구축한다. 금융회사 직원이 의심거래를 당국에 신고하고, 자금 인출을 미룰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거래 내용을 외부에 알려도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준다는 구상이다. 사전에 인증받은 가족 등이 고령자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민원 유발, 재산권 침해 논란 풀어야”
금융위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올 하반기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별도의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기한 과장은 “취지는 명확하지만 금융회사에서 발생할 민원, 재산권 행사 제한 소지 등 꼼꼼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고령층 중에서도 저소득저신용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하는 금융회사는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접근을 돕기 위해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주택연금 가입자가 치매보험에 들면 할인 혜택을 주는 등 고령 특화상품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 금융착취
고령자 재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사기 외에 가족, 간병인 등 지인에 의한 재산 편취도 포함.
임현우/송영찬 기자 tardis@hankyung.com
새로운 장수 리스크 ‘금융착취’
A씨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노인 명의의 금융계좌에 사전·사후 감시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층 금융거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까지 ‘금융착취 방지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금융착취란 고령자의 재산을 다른 사람이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경제적 노인학대’라 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보이스피싱, 사기 등에 못지않게 가족, 간병인, 재무관리인 등 지인에 의한 재산 편취에도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금융착취는 국내에선 낯선 용어지만 미국 금융권에선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은 연방의회가 2018년 제정한 ‘소비자보호법’과 주의회, 업계 자율규제기관 등의 규정을 통해 금융착취 방지제도를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회사와 직원들은 고령자의 금융착취가 의심되는 거래를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자금 인출을 유보할 수도 있다.
김기한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도 미국의 법제화 사례를 참조해 금융착취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80대 여성’이 가장 취약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노후 파산’ 중 일부도 금융학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70대 노인의 카드 사용내역에서 백화점 명품 쇼핑, 사업장 국세 납부, 외제차 구입 등이 발견돼 면책(빚 탕감)을 불허한 사례도 있다. 자녀들이 부모 명의의 카드를 쓰고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나이가 많고 수입이 적은 노인들은 면책받기 쉽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가 구상 중인 금융착취 방지방안은 크게 세 가닥으로 나뉜다. 우선 ‘고령층 착취 의심거래 감시시스템’을 도입한다. 비활성계좌의 거래 재개, 인출액 급증, 주소 변경 등 이상징후를 전산망에서 사전에 잡아내는 방식이다. 미국을 본뜬 ‘거래처리 지연·거절·신고체계’도 구축한다. 금융회사 직원이 의심거래를 당국에 신고하고, 자금 인출을 미룰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거래 내용을 외부에 알려도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준다는 구상이다. 사전에 인증받은 가족 등이 고령자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민원 유발, 재산권 침해 논란 풀어야”
금융위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올 하반기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별도의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기한 과장은 “취지는 명확하지만 금융회사에서 발생할 민원, 재산권 행사 제한 소지 등 꼼꼼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고령층 중에서도 저소득저신용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하는 금융회사는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접근을 돕기 위해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주택연금 가입자가 치매보험에 들면 할인 혜택을 주는 등 고령 특화상품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 금융착취
임현우/송영찬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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