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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요양병원, 요양원의 노인들,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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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담당 작성일 18-01-30 15:03 조회 2,3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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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요양원의 노인들,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이유는?

노인을 위한 요양은 없다

글 | 김효정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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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이준헌 조선일보 기자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오랫동안 생산직으로 근무해온 이경혁(55)씨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83세 노모(老母)를 모시는 일이다. 작년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재수를 결심한 아들과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의 교육문제 때문에 대구로 이사할 예정이지만 어머니를 모실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에 아들이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딸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으니 잠시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적이 있었는데 진짜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정정한 편이다. 노인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지만 ‘건강하다’는 평가만 받고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등급을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구미 시내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요양원에 비해서 비용이 세 배나 더 들었지만 형제가 없는 이씨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세 달을 그렇게 계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여기에 못 있겠다’고 하시더군요. 식사도 거부하시더니 ‘제발 집에 보내달라’고 저희에게 애원하셨습니다. 사정인즉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동포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데 어머니가 식사를 거부하고 고집을 부리니 강제적인 행동을 했다고 하더군요. 병원에 항의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고 그렇지 않아도 입원비에 간병비까지 매달 150만원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던지라 다시 집으로 모셨습니다.”
   
   이경혁씨의 사례는 노인 요양시설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함축한다. 우선 요양시설에 대한 애매한 기준이 문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해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알고 있다는 사람은 46.1%에 그쳤는데 노인 부양의 문제를 주로 겪는 40대의 경우에도 절반만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구분한다고 응답했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질환이 있는 노인들을 진료하는 병원이다. 요양원은 2008년부터 도입된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따라 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들이 의탁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다. 요양병원에는 의료진과 간병인이 있고 요양원에는 요양보호사가 있다. 요양원에 입소 가능한 장기요양보험 등급은 1·2등급에 한정되는데 1·2등급을 받을 만한 노인들은 혼자 힘으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노인들이다. 여타의 노인들은 일주일에 일정 시간 요양보호사가 가정으로 방문하는 재가(在家)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요양원에 입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요양등급 3~5등급을 받았거나 아예 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건강한’ 노인들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요양시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차선책으로 요양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54만4000여명 중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는 11%로 5만8500여명에 달했다.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지만 머무를 곳이 없어 요양병원을 찾는 노인이 많다는 얘기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문제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픈 노인들이 1·2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가 있는 요양원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경증 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의료진이 있는 요양병원에 온다는 것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병원은 병원으로, 요양시설은 요양시설로 기능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얽혀 노인과 그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부족한 인력 열악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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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은 요양병원대로, 요양원은 요양원대로 열악한 환경이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요양병원의 입원비는 병원마다 입원 환자마다 제각각이다. 대개 한 달에 100만~200만원이 드는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항목은 간병비와 각종 비급여 항목이다. 요양병원의 간병비는 100% 본인 부담이다. 요양병원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요양병원들은 제 살 깎아먹기를 하면서도 가격 경쟁을 펼치는데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간병인에 대한 인건비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의 수는 모두 15명. 이 중 12명은 중국동포였다. 이 간병인들은 4명에 한 명, 6명에 한 명씩 배치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월 200만원 들여 간병인을 따로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면서 “대부분은 월 40만~50만원씩 내고 한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는 식으로 ‘공동 간병인’을 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간병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인의 신체를 구속하거나 기저귀를 채우는 등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저질 간병’은 요양병원의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윤환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총무이사는 “낮은 수가를 유지하면서도 각종 부담을 요양병원에만 지우기 때문에 요양병원들 중에서는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보다 적자를 없애기 위해 금액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조사한 바로는 전국 요양병원에 종사하는 간병인 중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은 55.4%에 그쳤다.
   
   기자가 찾아간 고양시의 요양병원에서 7개월 넘게 입원했다가 퇴원한 75살 차문희(가명)씨는 “간병인이 서툴러 같은 병실의 환자들끼리 도와주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간병인 대다수는 기초적인 간병 교육만 받고 곧바로 실전에 투입돼 근무했다는 게 환자들의 설명이다. 차씨는 “노인들이 어물거리며 하는 말도 잘 못 알아들어서 발음 또렷한 사람이 대신 말을 전달해주고 조금 더 정정한 사람이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식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사 대상인 전국 1229개 요양병원 중 1·2등급 요양병원은 714곳으로 전체의 58%에 그쳤다. 낮은 등급인 4·5등급을 받은 병원만 전국 210곳, 17%에 달한다. 노인인구가 많은 강원도에는 1등급 요양병원이 하나도 없고 지방으로 갈수록 1등급 요양병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32살 박지은씨는 전남 보성에 거주하는 할아버지(87)를 집 주변에 1등급 요양병원이 없어 할 수 없이 3등급 병원에 모셔 놓았다.
   
   “서울로 올라오시라고 해도 고향 땅을 떠나기 싫다고 하시고 혼자서는 거동하기에 불편하니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모시기는 하지만 늘 불안해요. 요양병원에서 노인을 폭행했다는 이야기만 들려도 내 할아버지 이야기 같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여러모로 불편을 겪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요양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요양원에는 의무적으로 요양보호사가 환자 1인당 2.5명 이상은 상주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한 요양원을 찾아가 봤다.
   
   여러 요양원이 모여 있는 길에 위치한 건물 한 층짜리 요양원에서는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났다. 잠금장치가 돼 있는 유리문으로 들어서자 노인인권, 돌봄서비스에 대한 안내문이 보였다. 오랜 시간 붙어 있었던 듯 귀퉁이가 빛바랜 안내문을 지나치자 힘없이 앉아 있는 노인들이 보였다. 한 달 50만~60만원을 내면 24시간 노인을 돌봐준다는 이 요양원의 책임자는 ‘간호사’ 한 명이었다. 혼자서 24시간 요양원에 머물면서 15명 가까운 노인들을 돌본다는 책임자에게 요양보호사가 몇 명이나 있는지 물어봤다. “원래는 낮에 요양보호사 세 분이 오는데 연말연시다 보니 잠시 한 명이 온다”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
   
   이 요양원에서 지난 가을까지 일하다 그만둔 요양보호사 전은희(가명)씨는 ‘간호사’라고 말하는 책임자도 간호조무사라고 귀띔해줬다. “3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세 군데 요양원에서 일했는데 그중 두 곳에서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가 간호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도 15명 노인에 단 두 명이었고 그마저도 두 명 모두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하느라 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게 전씨의 이야기다.
   
   조추용 꽃동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평균 177시간을 일하고 146만원을 받는다. 노동강도는 세고 제대로 된 보상은 못 받는 것이다. 전씨는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 중 요양보호사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요양원이 아니라 방문 요양보호사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130만명 중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34만여명에 불과하다. 근속기간은 1~2년에 불과해 3년 이상 근속하면 장려금을 주겠다는 정부 정책까지 나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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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photo 이준헌 조선일보 기자

   서로 보호받지 못하는 요양시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238건에 달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해본 종사자들도 많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입소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모욕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종사자가 37%, 노인에게서 폭행당한 적 있다는 종사자가 33%에 달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김은식(가명)씨는 요양원 내에서는 “서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요양시설에서 노인학대가 240여건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노인들이 어떤 행동이 노인학대에 해당하는지 잘 몰라서 그렇게 낮은 결과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노인들에게 공경하는 단어, 정중한 태도를 취하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강압적으로 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적고 노인들은 많고. 특히 밤 시간대에는 당직 근무자 한 명이 전체 노인을 돌보다 보니 요강을 갖다 놓거나 기저귀를 채우는 경우도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거꾸로 노인에 대한 종사자의 인권침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여전히 집이 아니라 요양원에 오는 것을 ‘죽으러 왔다’거나 ‘쫓겨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거칠게 행동하는 노인들이 많은 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호자들에게서 나온다. 요양원과 요양보호사의 돌봄서비스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보호자가 많기 때문에 요양원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요양원 측에 부담을 안기는 보호자도 많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매뉴얼이 있고 노인들의 특성에 맞게 개발된 것입니다. 그러나 보호자들이 과한 요구를 하고 책임자와 보호사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경우도 적지 않아 요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힘이 듭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노인시설 평가결과를 보면 전국의 요양원 중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곳은 14.1%에 불과했다. D등급과 E등급 요양원은 42.4%에 달했다. 이는 요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가격 경쟁에 몰두하게 된 데 원인이 있다. 요양원의 대다수가 민간에서 운영하다 보니 자연히 비용을 줄여 수익을 내는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고 요양보호사와 노인에 대한 보호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 요양시설에서 국공립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요양시설의 민영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영국만 해도 국공립 시설이 20%에 달하고 스웨덴은 89%가 국공립 시설이다. 전국에 국공립 요양시설이 얼마 되지 않다 보니 곳곳마다 대기인원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경우 2017년 12월 31일 현재 대기 인원만 1004명이다. 150명 정원이 꽉 차 있는데 장기요양 노인이 많다 보니 언제 입소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요양원에 어머니의 이름을 걸어두고 1년 넘게 대기 중인 김은환씨는 4살, 6살 남매의 보육 문제와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의 부양 문제를 설명하다가 “정부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6살인 딸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려고 할 때도 전쟁을 치렀습니다. 온 가족이 어린이집 추첨에 매달려서 난리를 겪은 것이 몇 년 전의 일인데 지금은 또 어머니를 국공립 요양원에 보내려고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집에서 거리가 가깝고 시설 좋은 요양원은 대기인원이 많다고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곳에 어머니를 모실 수도 없습니다.” 김씨는 “보육도 요양도 전쟁”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가 735만6106명이라고 밝혔다. 전체인구의 14%에 달하는 수다. 기대수명은 82.4세로 늘어났다. 그러나 건강한 노인들은 많지 않다. 질병이나 부상에 시달리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은 겨우 64.9세에 불과하다. 17년 여생을 질병에 시달리면서 사는 노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노인 요양보험과 요양시설 등 요양정책 전반에 대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학술이사는 “집,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이어지는 요양시설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라면서 “가격경쟁을 벌이는 시설들과 싼 가격만 찾는 소비자에게만 맡겨두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요양시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재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의료 및 요양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도록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박 장관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740만 노인이 건강한 여생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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