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조현병,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치료가 어려운 현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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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시호상담원 작성일 19-04-22 10:12 조회 1,647회 댓글 0건본문
“본인이 오거나 본인의 위임장이 있어야 해요.(정신병원 관계자)”
“본인이 못 가니까 자문하는 것 아닙니까.(형)”
“사정을 봐주고 싶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우려가 있어요.(정신병원 관계자)”
지난 5일 안인득의 형과 경남 진주정신병원 관계자의 통화 일부다. 안인득이 17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 그의 가족은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가장 먼저 알아본 데가 이 병원이다. 안인득이 8년 전 6개월 입원한 병원이다. 형은 10분23초에 걸쳐 사정하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병원 측은 일곱 차례 위임장이 필요하다고 되풀이했다.
안인득은 2010년 충남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 정신감정을 받고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9개월간 치료감호소 생활을 하다 2011년 퇴소했고, 3년간 보호관찰을 받았다. 그해 말 가족이 안인득을 진주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 6개월 치료받고 2012년 퇴원했다. 안인득의 형은 “동생이 자기를 강제입원시켰다고 가족을 원망했다”고 말한다. 퇴원 후 안인득은 2016년 7월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어떠한 치료도 받지 않았다. 병세가 심해졌고, 지난해 중순부터 아파트 주민을 폭행하고 난동을 피우는 등 마찰이 잦아졌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안인득의 형은 강제입원을 시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호자(직계) 2명이 나서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형은 “법원의 치료(입원) 명령을 받아내기 위해 과거 진료 기록을 떼려고 정신병원과 접촉했는데 위임장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형은 “선생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있다고 생각해 봐라”라고 말했고, 병원 측은 “아니 우리 가족 얘기를 왜 하고 그러세요”라고 답했다.
형은 “(동생을) 강제입원시키면 또 가족을 원망할까 봐 (걱정이다). 입원 절차가 어려워진 것은 아는데, (동생을) 방치하지도 못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병원 측은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료법 21조에 ‘환자 진료 기록 열람과 사본 발급은 환자 본인 또는 환자의 위임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병원 가니 “본인 동의 필요” 법률공단선 “동사무소 가라”
안인득의 형은 같은 날 검찰청 민원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민원실 직원은 “입건된 폭행사건은 벌금이 확정됐기 때문에 검사를 만날 수 없다”며 “검사를 만나더라도 (동생을) 강제로 입원시킬 수는 없다”며 법률구조공단을 권했다. 법률구조공단 직원은 “행정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 동사무소·시청으로 가라”고 했다. 형은 그 전에 동사무소에서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다. 형은 ‘혹시나’ 해서 동사무소로 갔다. 그는 “동사무소 직원은 ‘법이 바뀌어서 (강제입원시킬) 방법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시청 가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시청 있다가 온 사람인데 거기 가도 똑같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2017년 5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시장이 허가하면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행정입원). 안인득은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행정입원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이마저 거부됐다.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를 살해한 박모(30)씨도 가족의 강제입원에 심한 적대감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정신병원 입원 환자(지난해 9월 기준) 6만7429명 중 행정입원은 2796명(4.1%)에 불과하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행정입원을 시키면 지자체가 병원비를 내야 하는데 예산 편성 규정이 없다”며 “민원·소송 등의 우려 때문에 보호의무자가 있으면 지자체가 절대 나서지 않는다. 행정입원은 사문화된 제도”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2주 전에만 안씨를 입원시켰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이 3일짜리 응급입원이라도 시켰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안인득은 2010년 대학생에게 칼을 휘둘러 집행유예 3년형을 받으면서 2013년까지 보호관찰 3년 처분을 받았다. 이영면 법무부 보호관찰과장은 “보호관찰 기간 동안 진주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집으로 찾아가거나 불러서 감독했다”며 “그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변검사, 약물검사 등을 하며 관리했다. 하지만 국가가 안인득을 관리한 것은 보호관찰 3년이 끝이었다. 이후 통원치료는 안인득과 가족이 선택한 것이었다. 2016년 7월 안인득은 “약 때문에 정신이 멍해 일을 할 수 없다”며 약 복용을 중단했고, 병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주변에서 아무도 그런 줄 몰랐고, 결국 비극을 초래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진주=이은지·김윤호·남궁민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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